이오플로우의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 ‘이오패치’. /홈페이지 캡처

의료기기 제조기업 이오플로우가 유상증자 일정을 순연했다. 유럽통합특허법원(UPC)이 경쟁사 인슐렛과의 특허 소송전에서 이오플로우의 손을 들어주면서 주가가 급등한 가운데 미국에서 진행 중인 소송 결과도 나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오플로우 입장에선 미국에서도 승소해 주가가 오르면 이번 유상증자로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이오플로우는 유상증자로 찍어내는 신주의 확정발행가 산정일을 다음 달 2일에서 같은 달 10일로 조정했다. 구주주(기존 주주) 청약과 일반 투자자 공모 청약 일정 등도 8일씩 뒤로 미뤘다.

이오플로우는 “이달 25일로 예정됐던 미국 소송 관련 배심원 평결일이 추수감사절 휴일로 인해 지연됐다”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 배심원 평결 결과를 투자자들이 충분히 인지한 뒤에 청약할 수 있도록 청약일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다음 달 2일 배심 변론이 마무리되고 숙의 절차를 거쳐 일주일 내로 평결이 나올 것으로 이오플로우는 예상하고 있다.

인슐렛은 앞서 이오플로우의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 ‘이오패치’가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미국 매사추세츠 지방법원에서 영업비밀 침해 여부를 두고 다투고 있다.

인슐렛은 유럽통합특허법원에도 비슷한 취지로 판매금지 등의 가처분을 신청했는데, 지난 22일 법원이 기각하면서 이오플로우가 이겼다. 같은 날 유럽통합특허법원 밀라노지방법원도 인슐렛이 이오플로우의 유럽 시장 판매 대리인인 메나리니를 상대로 제기했던 판매금지 등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 결정했다.

이오플로우 주가는 유럽통합특허법원 판단이 나온 뒤 급등했다. 지난 25일과 26일 연이틀 상한가(일일 가격 제한폭 최상단)를 찍었고, 이날도 오전 9시 5분 기준 20%대 강세를 보이고 있다. 3거래일 만에 주가가 4460원에서 9220원으로 2배 넘게 뛰었다.

이오플로우가 미국 소송 결과 이후 유상증자 신수 확정발행가를 결정하려는 배경에는 자금 조달 규모도 맞물려 있다. 이오플로우는 지난 8월 이오플로우는 지난 8월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신주 910만주를 1주당 9040원에 발행해 822억6400만원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오플로우 주가가 유상증자와 소송 여파 등으로 급락하면서 1차 발행가는 1주당 4235원으로 결정됐다. 신주 확정 발행가는 1차 발행가와 2차 발행가 가운데 더 낮은 쪽을 선택하는 만큼 현재로선 1차 발행가 기준 385억3850만원 밖에 조달하지 못한다. 유상증자로 계획보다 437억원가량 적은 자금만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대신 ‘청약일 전 과거 제3거래일로부터 제5거래일까지의 가중산술평균주가에 할인율 40%를 적용한 발행가’가 1·2차 발행가보다 더 높으면 이를 신주 확정발행가로 삼을 수 있다. 쉽게 말해 다음 달 6일부터 10일까지 이오플로우 주가가 더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이오플로우가 미국에서도 승소할지, 또 그에 따라 주가 상승이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이오플로우 주가가 유상증자 발표 직전인 1만2000원 수준을 회복하면 1주당 7200원에 신주를 찍어내 약 655억원을 조달할 수 있다. 이오플로우 주가가 1만5100원 선을 넘어서면 계획보다 많은 자금을 마련하게 된다.

이오플로우는 이번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을 활용해 펌프 모듈 등 완제품 생산을 위한 원부자재 구매와 연구·개발(R&D), 자동화 설비 고도화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