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고평가 논란으로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 상장을 자진 철회했던 포장이사업체 영구크린이 7년 만에 재도전에 나섰다. 이번에도 직상장이 아닌, 스팩을 통한 우회상장을 추진한다. 매출은 그대로인데 기업가치를 이전의 두 배가 넘는 약 837억원 규모로 잡고 있어 상장을 완주할 수 있을지는 이번에도 미지수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영구크린은 지난 14일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회사는 IBKS제20호스팩과의 합병을 통해 코스닥시장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합병 비율은 IBKS제20호스팩 1주당 영구크린 13.956주다. 영구크린은 2008년 설립된 이사 및 청소 플랫폼 업체로, 연예인 조영구씨가 광고 모델이자 전무이사를 맡고 있다.
영구크린의 코스닥 상장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에도 영구크린은 IBK투자증권과 손을 잡고 IBKS제3호스팩과 합병 상장을 추진했다. 하지만 기업가치를 과도하게 책정했다는 논란이 일면서 3개월여 만에 상장예비심사를 포기했다. 당시 기업가치는 약 320억원으로, 합병 후 예상 시가총액은 400억원가량이었다.
이번 재도전에서는 영구크린의 합병가액이 2만7912원이고, 기업가치는 837억원이다. 여기에 스팩 법인의 가치를 더하면 합병 후 시가총액은 957억원에 달한다. 이는 고평가 논란이 있었던 7년 전과 비교해 기업가치가 두배 이상 뛴 수준이다.
업계에선 영구크린이 영위하는 포장 이사 사업의 성장성이나 혁신성, 미래가치 등을 고려할 때 이번에도 기업가치가 부담스럽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구크린은 2017년 기업가치를 산정할 때 2020년부터 매출액이 200억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실제로는 지난해(2023년) 매출이 151억원에 그칠 정도로 7년 전(143억원)과 비교해 성장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6억원에서 36억원으로 125% 증가했지만 매출 규모를 고려하면 성장 여력이 제한됐다는 평이다. 무엇보다 7년 전과 비교해 아파트 거래량 등은 감소 추세다.
사업 진입장벽이 낮아 유사한 플랫폼이 잇달아 등장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영구크린의 이용건수(오더건수)는 2020년 32만건에서 지난해 28만건으로 약 12% 감소했다.
물론 7년 동안 가만히만 있었던 건 아니다. 영구크린은 기존 이사 관련 사업에 FM(시설관리) 부문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지난해 매출 비중은 이사 68%, FM 21%, 청소 7%, 임대 3% 등이다. 매출 비중은 1% 미만이지만 샤워기 필터 판매도 진행하고 있다.
2017년 상장 추진 당시 성장 포인트로 밀었던 ‘보이는 이사’의 경우 이번엔 별도 매출계정에서 뺄 정도로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보이는 이사란 집 안에 3대의 카메라를 설치해 이사 과정을 보여주는 서비스다. 영구크린은 2017년 세계 최초로 이사 현장 생중계 서비스를 도입했다며 혁신성과 매출 성장 가능성을 어필한 바 있다. 당시 임한명 대표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소요 비용이 현장당 5000원에 불과하다. 이용률은 20%에 그치고 있지만 홍보가 이뤄지면 더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유명인에 편승해 상장을 준비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구크린 지분 구조를 보면 최대 주주인 임한명 대표가 22%를 보유하고 있고, 조씨가 13%를 가지고 있는 3대 주주다. 보유 지분을 합병가액(2000원) 기준으로 계산하면 조씨의 지분가치는 113억원에 달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요리 연구가 백종원이 대표로 있는 더본코리아가 성공적으로 국내 증시에 입성하면서 기대감을 키우는 것 같다“면서 ”조씨는 이전부터 회사 알리기에 힘쓰고 있는데, 유명인을 내세운 공모주는 초반에만 ‘반짝’할 수 있어 더더욱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