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자산을 운용하기에 적합하다고 해서 투자했는데, 어떻게 5개월 만에 30%나 하락하나요?” “개인들을 희생양으로 삼아서 초기 투자자들이 탈출하려고 상장시킨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습니다.”
26일 오전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 주주 총회가 열린 서울 광화문 센터포인트빌딩 회의실.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는 신한금융지주의 100% 자회사인 신한리츠운용이 지난 7월 상장시킨 해외 부동산 투자 상품이다. 미국 부동산 펀드 3개를 기초 자산으로 삼고 있는데, 상장 이후 2년간 연 8.5%를 확정 배당한다고 해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5개월이 지난 현재,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는 공모가 3000원 대비 30% 하락해 2120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기관 자금 탈출이 이어지면서 지난 13일에는 장중 1885원까지 하락했다. 기관 투자자들이 상장 이후 팔아 치운 금액만 155억원에 달한다. 고배당 약속과 운용사 브랜드에 이끌려 투자한 개인들은 배당금 이상으로 빠져버린 주가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5개월 만에 -30% 수익률
지난 7월 상장한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는 공모를 통해 약 7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 상품은 미국 부동산 펀드 3개(USGB, PRISA, CBRE USCP)에 투자해서 받은 수익을 배당으로 돌려주는 상품이다.
당시 일각에선 미국 부동산 시장의 가격 조정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초기 투자자(기관)의 자금 회수 목적에서 일반인들에게 과도한 리스크를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었다.
리츠가 실제 건물을 보유한 것이 아니라 부동산 펀드에 투자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담보가 없고, 이 때문에 대출 금리가 8%대에 달할 정도로 비싸서 수익률을 훼손한다는 지적도 나왔었다.
이날 질의·응답(Q&A) 시간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이 날선 질문들을 연거푸 쏟아냈다. 투자자들은 지난 7월 공모가 3000원에 상장해서 단 5개월 만에 주가가 30%나 떨어진 점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한 남성 투자자는 “리츠가 투자 중인 미국 부동산 펀드들은 기준가가 오르고 있는데 왜 리츠 주가는 거꾸로 가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면서 “안정적인 배당으로 노후를 준비하려는 예비 은퇴자들의 피해만 커졌다”고 말했다.
윤영진 신한리츠운용 이사는 “유동성 가뭄 속에 리츠 시장에 매수 주체가 사라지면서 주가가 순자산가치(NAV) 보다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면서 “금리 인하 협상, 환헤지 전략 변경 등 비용을 줄여 재무 구조 개선에 노력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33% vs -33%... 리츠 수익률 디바이드
최근 한국 증시에 상장되어 있는 리츠들은 종목별 차별화가 극심해져 투자자들의 희비도 갈리고 있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프랑스), 제이알글로벌리츠(벨기에) 등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리츠들은 올 들어서만 28~34% 하락해 투자자들의 가슴을 찢어 놨다. 한화리츠 역시 올해 수익률이 -25%대로 부진한데, 모회사인 한화그룹의 본사 사옥(장교동 한화빌딩)을 인수하기 위한 대규모 유상증자(약 3800억원)가 악재가 됐다. 유상증자로 대규모 신주가 발행되면 지분 가치가 희석되어 기존 주주에게는 불리하다.
앞서 지난 달 이리츠코크렙 역시 대주주(이랜드리테일)가 보유 중인 건물(강남e스퀘어) 매입을 검토했다가 주주들의 거센 반대로 철회했다. “수년째 팔리지 않는 대주주 건물을 리츠에 떠넘기려 한다”는 말이 퍼지면서 이리츠코크렙 주가는 지난 달 2018년 상장 이후 최저가(4070원)를 기록했다.
한편, 올해 양호한 수익률(33%)을 보이고 있는 리츠는 ‘ESR켄달스퀘어리츠’다. 글로벌 부동산 투자 회사인 ESR그룹이 운용하는 국내 최초 물류(대부분 쿠팡) 전문 리츠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ESR켄달스퀘어리츠는 거대 자산을 한 번에 편입하기보다 중소 자산을 꾸준히 편입하며 체력을 키운 뒤, 편입 자산 규모를 증대시키는 점진적 성장 방식을 추구한다”면서 “2021년부터 주당배당금이 매년 2원씩 꾸준히 상승했고, 내년 배당도 전년 대비 2원 증가한 276원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