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28일 기준금리를 10월에 이어 연달아 인하하면서 시장의 관심은 금리 인하로 인한 환율 움직임에 집중됐다. 최근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400원에 근접하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금리 인하가 환율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낮추면서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는 기존 1.5%포인트에서 1.75%포인트로 확대됐다. 투자자들은 더 높은 금리를 주는 미국으로 자금을 옮길 가능성이 커진다. 외환시장에서 달러 수요가 증가하고, 원화 가치는 더 떨어져 환율이 더 상승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강달러 현상이 거세다. 트럼프 2기의 보호무역 정책이 글로벌 시장에 달러 공급을 줄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 5일 미 대선 후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2%가량 상승, 1400원대를 넘나들고 있다. 이전까지 원화 환율이 1400원 선을 넘은 시기는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2022년 미국이 금리를 급격히 인상했던 시기 등 세 차례에 불과했다. 한은의 금리 인하는 최근 환율 상승 기조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

그래픽=송윤혜

다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우리가 더는 외채를 많이 진 나라가 아니고, 내국인의 해외 투자도 늘어나는 등 과거와 외환시장 구조가 달라졌다“고 했다. 최근 환율 상승이 ‘쇼크’ 수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과거와 지금의 상황이 다르다며 선을 그은 것으로 해석된다. 또 이 총재는 “환율 변동성을 관리하는 데 외환보유고가 충분하다”고도 했다. 지난달 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4156억9000만 달러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 환율은 한은의 깜짝 금리 인하에 급등했다가 결국 전날 종가보다 1.4원 내린 1395.6원에 마감(오후 3시 30분 기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