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가 열렸던 올해 11월 5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승리를 자축하며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한번 더 위대하게)“를 외쳤을 때 지오 그룹(Geo Group Inc·지오) 주가도 가파르게 뛰기 시작했다. 14.18달러였던 지오 주가는 현재 28달러 안팎에서 거래 중이다.
트럼프 시대의 귀환에 지오 주가가 2배가량 오른 것은 사업 특성 때문이다. 지오는 미국을 중심으로 영국,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교정시설과 보안시설 등을 운영 중이다. 현재 개발 중인 프로젝트를 포함해 총 123개 시설을 소유·관리하고 있다. 이 시설들의 최대 수용인원은 9만3000명이다.
미국 정부가 핵심 고객이다. 지오의 올해 9월까지 누적 매출 18억1600만달러(약 2조5400억원) 가운데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집행국(ICE)과 법무부 산하 법집행기관인 연방보안관(The United States Marshals Service)의 비중은 각각 41%, 26%였다.
지오는 미국 정부와 계약을 맺고 교정시설 등을 운영하고 있다. 지오가 미국 내 소유·임차 중인 시설은 95개다. 특히 지오는 특히 교도소 설계부터 부동산 금융, 재소자 이송, 출소자 재교육 등 교정 서비스 전반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지오는 전자발찌와 스마트워치 등을 활용해 불법 이민자를 모니터링하는 ‘집중 감독 출석 프로그램(ISAP)’도 맡고 있다. 지오가 이민세관집행국과 ISAP 관련 계약기간이 2025년 말까지인 가운데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게 됐다.
월가에선 트럼프 행정부 아래서 이민세관집행국과 연방보안관 모두 지오와의 협력 관계를 강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불법 이민자에 대한 적극적 구금과 모니터링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서다. 지오는 이번 대선 기간 트럼프의 슈퍼팩(super PAC·정치자금 모금 단체)에 100만달러 이상을 기부하기도 했다.
지오도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지오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민법을 엄격히 집행해 활용도가 낮은 시설까지 구금 인원이 늘면 연간 최대 4억달러(약 5600억원)를 더 벌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조지 졸리 지오 창업자는 지난 7일 올해 3분기(7~9월) 경영실적 발표 뒤 컨퍼런스콜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전례 없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선거에서 ‘레드 스윕(공화당이 상·하원 과반을 차지)‘까지 달성한 만큼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 가운데 이민 관련 정책은 속도가 날 전망이다. 김승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민 정책을 담당할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장관 지명자는 예정부터 이민 정책에 강경한 입장을 보였고, 트럼프 당선인도 취임 첫날 불법 이민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언급한 것을 고려할 때 이민 관련 공약은 단기간에 시행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김 연구원은 또 “경제적 관점에서 불법 이민자 추방이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할 복지 정책 축소와 관련한 완충 역할도 제공할 수 있다”며 “재정 적자 축소를 위해 복지 규모를 줄인다 해도 저소득층에 이민자들이 차지하고 있던 일자리를 제공하고, 소득을 만들어 주면 경제적 여파가 제한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오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도 기회를 잡았다. 지오의 순이익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인 2016년 1억4870만달러에서 2019년 1억6660만달러로 증가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구금 인원이 제한되고, 조 바이든 행정부까지 들어서면서 실적이 꺾였다. 지난해 순이익은 1억1138만달러로 줄었다. 지오 주가도 2017년 33달러까지 치솟은 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10달러 밑에서 횡보했다.
지오가 트럼프 2기 행정부 동안 다시 수익성이 좋아진다면 배당을 재개할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오는 2021년 2월을 마지막으로 분기 배당을 중단했다. 지오의 주주 구성을 볼 때 실적 개선시 배당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지오 최대 주주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으로 지분 13.7%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뱅가드(10.7%)와 피델리티(5.1%), 골드만삭스(4%) 등이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다만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시장의 목표주가 대비 상승 여력(Upside)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투자 전문 플랫폼 마켓스크리너에 따르면 지오 목표주가를 제시한 4개 증권사의 평균치는 29.2달러다. 현재 주가 대비 1.8%가량 높은 수준이다. 즉, 지오에 관심이 있다고 해도 서둘러 담기보다는 트럼프 당선에 따른 일시적 거품이 가라앉은 뒤 접근할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