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 쇼핑 시즌에 매장 방문객은 주춤했지만, 온라인 소비는 100억달러(약 14조원)를 돌파하며 기록적으로 증가했다. 블랙 프라이데이란 미국에서 11월 넷째 주 목요일인 추수감사절 다음 날인 금요일을 가리키며 올해는 11월 29일이었다. 이날을 전후로 미국 전역에서 연간 최대 규모 할인 행사가 열려 기업들 한 해 매출의 20% 가까이 발생하기 때문에 미국의 소비를 가늠할 수 있는 날이다. 기업은 한 해 재고를 털고, 고객은 할인 행사에 지갑을 연다.
◇AI로 검색하고 온라인으로 구매
지난달 30일 결제업체 마스터카드에 따르면, 올해 블랙 프라이데이 매출은 전년 대비 3.4%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온라인 소매 판매는 전년 대비 14.6% 증가한 반면, 오프라인 매장 판매는 0.7% 증가에 그쳤다.
온라인 소비를 주로 추적하는 데이터 분석 기업 어도비 애널리틱스의 분석도 같은 추세를 보여준다. 어도비 애널리틱스는 “올해 블랙 프라이데이에 미국 내 108억달러의 온라인 매출이 발생했다”며 “이는 작년 대비 10.2% 증가한 수치이자 어도비가 온라인 매출을 추적하기 시작한 이래 최고치”라고 했다. 비벡 판디아 어도비 분석가는 “이는 쇼핑 트렌드가 매장에서 온라인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정표”라며 “지출 총액이 늘어난 것도 가격 상승이 아니라 수요 증가에 따른 결과”라고 말했다.
반면 글로벌 소매 분석기업 센서매틱 설루션이 추적한 매장의 블랙 프라이데이 쇼핑객은 지난해에 비해 8.2% 감소했다고 미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보도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조금씩 늘던 매장 방문율이 다시 줄어드는 추세로 반전된 것이다. 11월 24~29일 추수감사절 주간의 교통량은 3.9% 감소하기도 했다.
한편 소비자들은 온라인 쇼핑을 할 때 가격 비교를 위해 인공지능(AI) 챗봇을 이용했다. 어도비에 따르면, AI로 소비자를 안내하는 사이트 트래픽은 지난해보다 1800% 증가했다. 그 결과 온라인 판매 가격은 26개월 연속 떨어져 올해 10월 가격은 전년 대비 2.9% 하락했다.
마스터카드 경제연구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미셸 마이어는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은 2% 이상이지만 가전제품, 의류, 스포츠용품, 개인 위생용품, 보석 등 관련 인기 구매 품목은 작년에 비해 가격이 하락하거나 소폭 상승에 그쳤다”고 말했다.
◇산타 랠리 기대감
이처럼 블랙 프라이데이 쇼핑 시즌에 온라인을 중심으로 소비가 살아나자 뉴욕 증시는 11월의 마지막 거래일인 29일 동반 상승세로 마감했다. 다우평균은 0.42%, S&P500은 0.56%, 나스닥은 0.83% 상승 마감했다.
특히, 유통 기업들의 매출 증대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렸다. 월마트·타깃·코스트코·홈디포·아마존 등 대부분 대형 소매기업의 주가는 이날 일제히 상승했다.
대표적인 대형 소매 체인 월마트 주가는 0.67% 오른 92.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1972년 8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이래 최고가 기록이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쇼핑객들은 휴대폰, 노트북, 데스크톱 및 기타 기기를 온라인으로 더 많이 구매하면서 아마존닷컴, 월마트와 같은 전자상거래가 가능한 대형 업체를 선호하는 경향이 높다”며 “미국 내 4700개 매장을 운영하는 월마트는 온라인 쇼핑객을 위한 매장 간 배송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고 보도했다. 한편 이날 타깃은 1.71%, 코스트코는 1.07%, 홈디포는 0.45%, 아마존 1.05% 상승했다.
이에 연말 증시 강세를 뜻하는 ‘산타 랠리’에 대한 기대감도 월가에서 퍼지고 있다.
월가 리서치회사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에 따르면 S&P500이 11월까지 연간 20% 이상 올랐던 해에 이 지수는 76%의 확률로 12월에도 상승했다. 올 들어 S&P500은 27.19% 상승했다. 11월 다우는 7.5%, S&P500은 5% 오르며 두 지수 모두 올해 최고의 달을 기록했다. 베어드 프라이빗 웰스 매니지먼트 투자전략가 로스 메이필드는 “미국 대선이 끝났고, 시장 전반이 별다른 문제 없이 나아가고 있는 데다 계절적 순풍이 불면서 증시는 더 오를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