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등 국내 대형주들의 연이은 부진과 트럼프 리스크 등으로 코스피와 코스닥이 올해 7월부터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월간 수익률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코로나 위기로 국내 증시가 5개월 연속 하락한 이후 처음으로 같은 정도로 장기간 하락세를 보이는 것이다. 그만큼 최근 국내 증시 부진의 골이 깊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거나 반도체 등 주요 산업의 실적 반등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증시 조정 흐름은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코스피 5개월 연속 하락, 코로나 위기 후 최장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의 양대 지수인 코스피와 코스닥의 월간 수익률은 올해 7월부터 5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코스피는 11월에만 3.92% 하락했고, 코스닥 지수도 8.73% 급락했다.
이 같은 장기 하락세는 코로나 위기였던 2021년 7~11월 5개월 연속 하락 이후 최장이다. 국내 주식시장 역사상 코스피와 코스닥이 가장 길게 하락한 시기는 1997년 IMF 외환 위기 당시 6~12월의 7개월간이었고, 그다음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6~11월의 6개월 연속 하락이었다. 국내 증시는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1년 코로나 팬데믹 등 굵직한 위기 때마다 5개월 넘게 장기 하락해왔다.
하지만 올해 국내 주식시장의 하락세는 직전과 양상이 다르다. 특별한 글로벌 위기 상황이 아닌데도 악재가 잇따르면서 한국만 하락하는 양상이다. 예컨대 2008년 금융위기 때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 등 글로벌 선진국들의 주요 증시도 하락했지만 이번에는 한국만 소외됐다. 투자 정보 사이트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올해 7~11월 미국 대표 주가 지수인 S&P500과 나스닥 지수는 각각 10.18%, 7.49% 상승했다. 같은 기간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 등의 영향으로 11% 올랐다. 일본 닛케이평균과 인도 니프티50은 각각 3.6%, 0.04%가량 하락했지만, 같은 기간 코스피 낙폭(-12.4%)은 더욱 컸다.
◇증시 거래 대금도 급감
국내 증시의 장기 하락세에 투자자들의 코스피(유가증권시장)·코스닥 시장 거래 대금도 크게 줄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4분기(10~12월) 들어 41거래일(10월 2~11월 29일)간 국내 주식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은 16조354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 분기의 하루 평균 거래 대금 18조2276억원보다 1조8734억원(10.3%) 감소한 것이다.
게다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도 지난달 28일 기준 51조600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52조7537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조원 넘게 줄어들면서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것이다.
◇“단기적 증시 반등 쉽지 않아”
전문가들은 “12월에도 국내 주식시장 반등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으로 인해 각종 자산의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지난달 28일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가 경기 침체 신호로 작용하면서 투자 심리가 회복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12월에는 투자자들이 연말 배당을 받기 위해 ‘배당 투자’에 나서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연말에 주가가 오르는 ‘산타랠리’를 기대하기도 한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이 많이 나온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최소한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추진될 각종 정책 관련 불확실성 리스크가 해소되거나 중국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 실시와 같은 모멘텀이 가시화돼야 국내 증시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뀔 전망”이라며 “제조업 출하 및 재고 사이클과 수출 경기 사이클 등을 봐도 현재의 조정 흐름은 최소 내년 1분기까지는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김윤정 LS증권 연구원도 “수출 증가율 회복 기조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12월 이후에도 지수가 의미 있게 상승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