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상호금융권이 기업대출 문턱을 높인다. 기존에 개별 조합이 주도했던 기업대출 심사에 중앙회가 나서면서 대출을 내주는 조건이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상호금융권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등 기업대출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던 만큼 대출심사 체계를 강화해 업권 건전성을 회복하겠다는 취지다.

3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5개 상호금융(신협·농협·수협·산림조합·새마을금고) 중앙회는 이날 오후 4시 상호금융정책협의회를 열고 여신심사능력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각 중앙회는 이날 협의회에서 거액 대출을 내주기 전 중앙회가 사전평가 하는 방안, 대환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방안, 한 조합이 대출을 내주기 전 인근 조합의 검토 의견을 받는 방안 등을 제안했으며 실제 업무에 적용할 것으로 확인됐다.

상호금융 조합은 각각의 조합마다 개별 법인으로 구성돼 있다. 그렇기에 대출심사 역시 각 조합이 실행해 왔다. 이러한 특성상 본점에서 일괄적으로 대출업무 체계를 정비하고 관리하는 은행·저축은행과 달리 차주(돈 빌리는 사람)에 대한 평가 기준이 조합마다 달랐고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번 제도 개선은 여신심사 과정 중 상호금융 중앙회의 역할을 키워 대출 규제 수준을 일괄적으로 맞추겠다는 취지다.

제도 개선의 목표가 거액 대출 중심인 만큼 사실상 상호금융의 기업대출 문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상호금융권 관계자는 “제도 개선 후 기업대출과 공동대출 등 거액 대출 취급 심사가 훨씬 강화된다”고 전망했다.

상호금융권이 기업대출 문턱을 높이는 이유는 최근 부동산 PF 대출 부실 등 기업대출로 인한 건전성 문제를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상호금융의 부동산 PF 익스포져(위험노출액)는 9조9000억원에 이른다. 이는 전체 금융권의 부동산 PF 익스포져 중 47.1%에 달한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건설·부동산업 분야에 대출이 쏠리는 가운데 대출 한도 관리가 미흡하다며 신협중앙회에 경영유의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금융 당국은 이번 제도 개선 이후 상호금융권 건전성이 한층 개선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협의회 논의에 나온 사안들은 상호금융권 건전성 제고가 목적이다”며 “추후 감독규정 개정 등이 진행되면 공개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