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여수 NCC 공장 모습. /뉴스1

이 기사는 2024년 12월 3일 15시 49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LG화학이 전남 여수의 나프타분해시설(NCC) 2공장을 매각하는 협상이 막바지까지 도달했지만, 주식매매계약(SPA)의 문턱을 못 넘고 공전하고 있다. 지분 절반을 사가기로 한 쿠웨이트 국영 기업 입장에선 급할 게 없는 상황이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LG화학의 NCC 매각을 시작으로 국내 대기업들의 석유화학 사업 정리가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협상이 좀처럼 매듭을 짓지 못하자 우려하는 분위기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NCC 2공장을 매각하기 위한 LG화학과 쿠웨이트 PIC 간 협상이 마무리 단계를 눈앞에 두고 속도를 못 내고 있다. PIC는 쿠웨이트 국영 석유회사인 KPC의 자회사다. 당초 업계에서는 이달 안에 SPA를 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장담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이 원래 NCC 공장을 다 팔고 싶어했으나, 그나마 가격 경쟁력 있는 여수 2공장부터 매각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며 “2공장이 가장 최근에 지어졌기 때문에 설비 효율이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의 NCC 2공장은 여수 중흥동 산업단지 내 33만㎡ 부지에 자리 잡고 있다. 석유화학 원료인 폴리에틸렌과 프로필렌을 각각 연간 80만톤(t), 48만톤(t)씩 생산할 수 있다. LG화학은 올해 초 NCC 2공장 지분 절반을 PIC에 매각하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가 합작사(조인트벤처)를 설립해 지분을 50대 50으로 나눠 갖기로 했다. LG화학이 이 공장에 2조6000억원을 투자한 만큼 이번 지분 매각가도 조 단위로 추산되는데, 양측은 구체적인 가격 및 여러 조건을 놓고 합의점을 못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들은 LG화학 2공장 지분 매각이 차질 없이 진행되길 기대하고 있다. LG화학은 이번 NCC 매각을 시작으로 석유화학 사업 정리 혹은 축소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사업 정리가 순탄하게 이뤄져야만 롯데케미칼, SKC, 한화솔루션 등도 매각을 시도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회사채 기한이익상실(EOD) 여파로 롯데그룹이 ‘상징’인 월드타워까지 담보로 내놓게 만든 롯데케미칼은 사정이 급하다. 롯데케미칼 여수2공장의 경우 이날 가동 중단에 들어갔다. 앞서 지난해 롯데지주에서 ESG경영혁신실장을 맡아 그룹의 M&A를 총괄했던 이훈기 전 롯데그룹 화학군 총괄 사장이 롯데케미칼과 LG화학의 기초화학 공동 경영 등을 추진한 적이 있으나, 결국 결렬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월드타워가 담보로 제공된 것에 분노한 신동빈 회장에 의해 용퇴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에 있는 석유화학 생산기지들이 당분간 정상화하긴 어렵다며, LG화학처럼 지분을 팔거나 롯데케미칼처럼 구조조정하는 방안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쿠웨이트 PIC가 여유 있는 자세로 협상에 임하고 있는 것도 이런 분위기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국내 공장들은 주요 매출처가 중국인데, 중국의 석유화학 자급률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현재로선 답이 없다”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동까지 맞불을 놓으며 중국과 치킨 게임을 하려 드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