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미국 금리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어서 트럼프 2기 정부는 금리를 내려 경기 활성화를 꾀할 것이라고 봅니다.”
자본시장 50년 경력의 기타오 요시타카(北尾吉孝·73) SBI홀딩스 회장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트럼프 재집권으로 경제 불확실성은 커졌지만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장은 오히려 더 성장할 것”이라며 “가상화폐는 기술 혁신을 기반으로 태어난 미래 성장 산업인 만큼 지금이라도 투자 포트폴리오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기타오 회장은 25년 전 창업해, 시가총액 1조2000억엔(약 11조4600억원), 자회사 721곳, 5200만 고객을 보유한 ‘금융 생태계’를 키워낸 경영의 귀재다. 일본 인구의 절반이 SBI 그룹 금융사와 거래하고 있다. 게이오대를 졸업한 그는 노무라증권, 소프트뱅크 등을 거쳐 1999년 창업했다. 은행, 증권, 보험, 대체 거래소, 블록체인 등 다양한 신사업에 끊임없이 도전해 그룹을 키워왔다.
한국 SBI저축은행 통합 10주년 기념식을 위해 방한한 기타오 회장을 지난달 서울 도심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트럼프 2.0 시대 글로벌 시장 전망은?
“대다수 메이저 언론은 해리스 승리를 예측했지만, 나는 트럼프가 대선에서 이길 것이라고 봤다. 트럼프의 청중 동원력이 훨씬 강력했고, 고물가 등 미국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트럼프의 주장에 젊은 층이 더 지지할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물론 공약은 상당한 재정지출을 필요로 한다. 재원을 충당하려면 국채를 발행해야 하므로 장기금리는 쉽게 내려가지 않을 수 있다.”
−관세 부과가 세계 경제에 미칠 여파는?
“트럼프는 모든 수입품에 10%, 중국산 수입에는 6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중국은 경제가 부진한데, 이런 관세가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걱정스럽다. 독일도 제조업 침체와 에너지 위기 등으로 역성장에 직면해 있다. 중동에서 전쟁도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경제가 좋아질 기미는 없는데, 관세 부과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달러는 지금보다 더 강해질까.
“수출 측면에선 달러 약세가 유리하겠지만, 트럼프는 내심 ‘달러 패권’을 지키기를 원한다. 달러가 강세여야 미국 소비자 입장에선 수입품을 싸게 살 수 있는 효과가 있다.”
−트럼프 재집권 시기의 수혜 산업은?
“가상화폐 시장은 긍정적이다. 연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거래를 승인하면서 가상화폐는 정식 자산으로 인정받았다. 트럼프도 본인을 최고 가상화폐 옹호자로 자처하며 가상화폐 산업 성장에 긍정적 신호를 보내고 있다. 미국의 가상화폐 산업 제도화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SBI도 가상화폐에 투자했나.
“일찍부터 디지털 자산의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고, 가상화폐 리플(XRP) 발행사인 리플 랩스(Ripple Labs)에 투자한 주요 주주다. 특히 달러 가치에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은 가격 변동성이 낮아 투자뿐만 아니라 송금, 결제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에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여유 자금이 있다면 어디에 투자하겠나.
“일본은 예금이자가 거의 제로이기 때문에 무언가 하긴 해야 한다. 만약 내가 지금 투자한다면, 도쿄 도심의 맨션을 사겠다. 부촌 맨션은 희소성이 높고 수요도 꾸준해서 불황에도 가치가 잘 떨어지지 않는 안정적인 투자처다.”
−엔화에 투자한 한국인이 많다.
“환율은 곧 국력을 반영한다. 올해 일본에선 34년 만의 엔저가 나타났고, 나라가 그만큼 약해졌다는 의미다. 과거 일본인들은 이코노믹 애니멀(경제적 동물)이어서 아침부터 밤까지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지금은 휴일도 너무 많아졌고 예전만큼 일을 많이 하지 않는다. 그 결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39위로 떨어졌다. 엔화가 싸진 것은 약해진 경제 때문이다.”
−한국 시장에도 진출해 있다.
“10년 전 리먼 위기 때 타격을 입은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을 인수해 SBI저축은행을 설립했다. 리스크 관리를 강조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 인한 충격이 미미하다. 총자산이 15조원에 육박하지만, PF 잔액은 1023억원으로 0.7%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