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에 있는 네이버 사옥. /네이버 제공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NAVER(네이버)·SK하이닉스·한화에어로스페이스·두산에너빌리티 등 일부 기업 주식은 대거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계엄 사태 직후인 4일부터 10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약 1조2000억원을 순매도했다. 그 결과 코스피 지수와 KRX300 지수도 약세를 보이며 각각 3.29%, 3.21% 하락했다. 그러나 외국인이 완전히 국내 증시에 등을 돌린 것은 아니었다. 같은 기간 이들은 ‘알짜’ 기업을 주워 담았다.

외국인 투자자가 가장 많은 순매수한 종목은 네이버였다. 닷새 동안 외국인은 네이버 주식 138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에 네이버의 외국인 비중은 4일 46.43%에서 10일 46.80%로 증가했다. 계엄 사태 직후 3% 이상 급락했던 주가도 회복세를 보였다. 4일 20만2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던 NAVER는 10일 20만9000원으로 전날 대비 7500원(3.72%) 상승하며 낙폭을 만회했다.

다음으로 외국인이 많이 사들인 기업은 SK하이닉스였다. 외국인은 이 기간 SK하이닉스를 1280억원 규모 순매수했고, 주가는 오르내림을 반복하다가 1.4% 올랐다.

연초보다 주가가 2배 넘게 오른 방산 대표 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사태 이후 외국인이 약 1000억원 순매수했다. 불안한 정세에 개인투자자가 900여억원에 달하는 매물을 시장에 쏟아냈지만, 외국인이 매물을 그대로 흡수하며 주가 추락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두산에너빌리티도 기관이 던진 약 1050억원 규모 물량을 외국인이 1000여억원 순매수하며 소화해 냈다.

외국인이 국내 증시를 떠나면서도 일부 기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는 이유는 밸류에이션(Valuation·기업 평가 가치) 매력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계엄 사태로 인한 증시 폭락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활용했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네이버와 SK하이닉스 모두 올해 3분기 최대 실적을 거뒀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상계엄 이후 외국인 수급이 예상보다 크게 부정적이지는 않다”며 “(외국인 투자자가) 반도체, 방산 관련 주식의 주가 하락을 매수 기회로 활용했다”고 했다.

정치적 불확실성 속 알짜 기업에 대한 외국인 매수 행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상상인증권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2016년 10월 19일 ~ 2016년 12월 14일) 당시 코스피 지수는 2.5% 하락했는데 삼성전자 주가는 약 10% 상승했다. 당시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 2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당분간 일부 기업에 대한 외국인의 순매수가 계속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의 경우) 외부적인 정책 변수가 있지만 애플리케이션 개편이나 커머스 강화를 통해 매출이나 영업이익 성장률이 올라가고 있다”며 “지난 4~5년 동안 밸류에이션이 저평가된 상황이었기에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