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주식시장 폐장일(12월 30일)까지 11거래일 남은 가운데, 투자자들 사이에 이른바 ‘코스닥 홀짝 공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코스닥 홀짝 공식’이란, 코스닥 지수가 30% 이상 하락한 이듬해에는 주식 시장이 좋아지는 ‘짝수 해 하락, 홀수 해 상승’ 현상을 말한다. 과거 데이터를 토대로 만들어진 것인데, 코스닥 시장에서는 홀수 해에 돈을 벌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997년 이후 코스닥지수가 연초 대비 연중 30% 이상 하락했던 해는 총 6차례로, 1998년, 2000년, 2002년, 2008년, 2020년, 2022년이었다. 모두 짝수 해였는데, 흥미롭게도 6차례 모두 이듬해인 홀수 해 등락률이 플러스(+) 성과를 기록했다.
이 중에서도 연중 지수 등락이 가장 가팔랐던 공포의 시기는 2000년이었다. IT 버블 붕괴로 코스닥 지수가 최대 -80%의 연초 대비 하락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01년엔 연중 상승률이 최고 70%를 넘는 등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코스닥지수는 큰 충격을 받았다. 당시 하락률이 65%에 달했는데, 역시 이듬해인 2009년의 최고 상승률은 70%를 넘어서며 ‘홀짝 공식’이 맞아 떨어졌다.
2020년 코로나 위기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위기에도 코스닥지수는 37% 넘는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홀수 해인 2021년과 2023년에 코스닥은 체력을 회복해 각각 7%와 28% 반등하며 마감했다. 특히 2023년 코스닥 시장은 2차전지 기대감에 힘입어 주요국 증시 중 상승률 세계 1위를 기록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그렇다면 짝수 해인 올해 코스닥 상황은 어떨까?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닥지수의 연초 대비 하락률은 최대 -28%에 달한다. 특히 탄핵 정국의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9일에는 코스닥지수가 627선까지 하락하며 투자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이는 1997년 이후 역대 7번째로 기록된 큰 하락률이다.
올해 코스닥 지수는 “더 나올 악재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 급락한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에 ‘홀수 해 상승 효과’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30년 경력의 증권업계 관계자 A씨는 “개인 투자자들이 대부분인 코스닥 시장은 ‘공포에 사라’는 증시 격언이 가장 잘 통하는 곳”이라면서 “코스닥은 실적·재료보다는 수급에 좌우되는데, 신용잔고가 바닥나서 더 나올 악성 매물이 없어지면 다시 수급이 살아나면서 상승세로 돌아선다”고 말했다.
실제로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서 투자하는 ‘빚투’는 코스닥의 경우 4년 6개월 만에 최저치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코스닥 신용잔고는 6조5072억원으로, 2020년 6월 수준까지 낮아졌다.
증권 전문가 A씨는 “탄핵 공포가 불어 닥친 지난 6일부터 3거래일 동안 개인들의 패닉셀링(공포 속 매도)이 이어졌다”면서 “보통 개인들은 주가가 오를 때 매도하는데 주가가 내릴 때 매도하는 이례적인 상황으로, 손해를 보고 처분하는 ‘찐손절 물량’이라 많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현 시점에서 코스닥 종목을 매도하기엔 아깝고, 극심한 공포를 이겨내고 매도 버튼을 누르지 않은 투자자라면 내년에 적절한 매도 타이밍을 잡는 게 좋겠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증권업계 관계자 B씨는 “주식 시장은 위 아래로 실제 가치보다 크게 오르고 내리는 경향이 있다“면서 ”특히 코스닥은 시장 변동성이 커서 큰 폭으로 하락한 해는 다시 실제 가치로 회복되는 과정에서 큰 폭의 상승세가 뚜렷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실제로 코스닥 지수가 급락했던 지난 2022년 10월 13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1.8배, 주가순자산비율(PBR) 1.6배로, 같은 연도의 평균(PER 27.9배, PBR 1.9배)에 비해 저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