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취업을 준비 중인 박모(28)씨는 올해 입사 지원서를 수십 장 냈지만 번번이 떨어졌다. 박씨가 최근 생활비도 떨어지자 ‘이렇게 계속 백수로 살게 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불안에 자주 보는 것은 유튜브의 타로 콘텐츠다. 유튜브 영상에는 실제 타로집에 갔을 때처럼 카드가 4~5장 나오고, 자신이 끌리는 카드를 골라 운세와 조언을 듣는 방식이다. 영상엔 “2번 뽑았습니다. 내일 면접 잘 보게 해주세요”, “이번 달에는 꼭 취업하고 싶습니다”, “취업 가즈아” 등 댓글이 달린다. 박씨는 “그다지 신빙성이 없다는 건 알지만, 언제쯤 취업운이 들어온다는 얘기를 들으면 순간 마음이 놓이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취업, 연애, 진로 등 인생의 중요한 선택 앞에서 불안을 느끼는 2030세대를 겨냥한 ‘불안 카운셀링’ 비즈니스가 뜨고 있다. 과거엔 오프라인 상담 위주였지만, 최근엔 비대면 온라인 상담이 주류다. 심리 상담, 점술, 타로 등이 유튜브와 앱 등 온라인으로 옮겨가며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도, 스타트업도 시장에 뛰어들어

불안 카운셀링 시장이 점점 커지자 국내에선 대기업, 스타트업 등 가릴 것 없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15일 네이버에 따르면, 네이버가 운영하는 엑스퍼트의 운세 상담 분야 전체 상담자의 80%가 2030세대로 집계됐다. 엑스퍼트는 네이버가 지난 2020년 출시한 전문가 상담 서비스로 운세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엑스퍼트의 월평균 운세 상담 건수와 거래액이 작년보다 약 30% 늘었다고 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젊은 층이 온라인 접근성이 높아 2030세대 위주로 구매가 발생한다”고 했다.

카카오톡에도 ‘사주’를 검색하면 사주 풀이 서비스 채널과 오픈 채팅방 수백 개가 뜬다. 유튜브에도 타로, 사주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영상이 늘어나고 있다. 영상 댓글에 유료로 타로를 보며 상담할 수 있는 추가 링크가 붙어 있기도 하다.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점이나 타로를 볼 수 있는 비대면 플랫폼 스타트업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타로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포스텔러’, AI와 이용자가 대화하며 운세를 점치는 챗봇 서비스 ‘헬로우봇’ 등은 이미 소비자들에게 인기 앱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엔 AI 상담 트렌드도

기존의 점술과 타로 상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되며 성장했다면, 최근에는 AI(인공지능) 기술이 이를 더 확장하고 있기도 하다. 챗GPT나 클로드 등 생성형 AI를 활용해 비대면 상담을 원할 때마다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경기도에 사는 교사 이모(29)씨는 직장에서 고민이 생길 때마다 챗GPT에 질문한다고 했다. 이씨는 “친구에게 말 못 할 속사정도 편하게 말할 수 있고, 계속 우울한 얘기를 하는 것에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서 좋다”고 했다.

◇점점 커지는 글로벌 온라인 치료 시장

‘불안 카운셀링’은 국내에선 주로 심리 상담, 점술, 타로 등에 집중돼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온라인 치료 서비스’란 이름으로 성장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 기관 자이언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온라인 치료 서비스 시장 규모는 약 97억달러로 집계됐다. 온라인 치료 서비스란 화상회의, 채팅, 전화 상담 등을 통해 제공하는 정신 건강 서비스를 말한다.

그래픽=김의균

이 보고서는 시장 규모가 2024년부터 2032년까지 연평균 약 24.5%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2032년까지 약 697억달러 규모의 시장으로 클 것이라는 얘기다. 보고서는 “온라인 치료 서비스 시장의 매출 성장은 스마트폰 보급률 증가, 우울증과 불안에 대한 이슈 증가, 소비자 인식 개선, 기술 발전, 협업 확대 및 투자 증가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 불안과 우울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불안 카운셀링’이 늘어나는 한 요인으로 꼽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우울증으로 진단받은 환자 수는 2018년 약 75만명에서 2022년 약 100만명으로 33%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