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국내 반도체 업종 ‘팔자’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10년 중 가장 긴 순매도 기록도 세웠다.
18일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외국인은 국내 반도체 주식을 지난 7월 12일 이후 최근까지 23주 가운데 22주 동안 순매도했다. 8월 셋째 주(12~16일) 주간에만 1조4000억원가량 매수 우위를 보였다.
18주 연속 순매도 기록도 세웠다. 2015년 16주 연속 순매도 이후 최장 기록이다. 당시에도 PC를 비롯한 전방산업의 반도체 수요 감소, 평균 판매단가(ASP)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 중국 메모리 반도체 시장 진입에 따른 공급 과잉 우려 등이 외국인 투자자 이탈을 불렀다. 현재도 국내 반도체 기업은 같은 문제 앞에 놓였다.
연도별로 봐도 외국인의 이탈이 길어지고 있다. 외국인의 국내 반도체주 순매수 금액은 ▲2020년 -9조7265억원 ▲2021년 -23조1853억원 ▲2022년 -9조931억원 ▲2023년 20조7478억원 ▲2024년 -6조6973억원 등이다. 올해 남은 기간 엄청난 반전이 없다면 5년 중 2023년을 제외한 4년간 매도 우위를 보이게 된다.
김석환 연구원은 “연초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자 했지만, 탄핵 정국에 오히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확대됐다”며 “반도체 업종 외에도 은행, 자동차, 보험 등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컸던 업종의 순매도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김 연구원은 시장 전반에 단기 매매 수요만 강해진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코스피지수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시가총액 ÷ 순자산)이 0.8배 수준까지 하락하면서 신용융자잔고도 2020년 8월 이후 최저 수준까지 줄었다”며 “미수금 잔고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해 ‘단기 매매’ 수요가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