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원의 고객센터. /코인원 자료
코인원 내 무브먼트 가격 추이. 지난 9일 8시 41분 거래 개시 직후 99만8000원까지 치솟았다가 바로 급락했다. /코인원 갈무리

최근 가상자산시장이 달아오르며 신규 상장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상장한 지 단 몇 분 만에 가격이 수백 배씩 요동치는 코인까지 등장하자 금융 당국이 단속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무리한 상장으로 소비자 피해가 생길 수 있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을 급히 소집해 주의를 당부하고 문제가 발생한 거래소에 재발방지안도 받았다.

20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금융감독원 가상자산조사국은 국내 원화거래소인 코인원과 코빗, 고팍스를 소집했다. 급격한 급등락이 있었던 무브먼트 코인 사태가 발생한 뒤 사흘 만이다. 이번 소집에서 업비트와 빗썸은 호출하지 않았다. 이날 조사국은 최근 상장된 코인의 가격 급등락에 대한 거래소 차원의 주의와 자체 모니터링을 당부했다.

특히 무브먼트 코인 급등락 사태가 발생한 코인원을 지적하며 소집자리에서 특히 조심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코인원에는 코인 가격의 급등락 사태와 관련해 불공정 거래 유무와 경위를 파악하기 위한 자료를 제출받았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코인원에 재발방지안을 요구했는데, 현재는 제출받은 방지안을 검토 중이다.

무브먼트 코인 무브(MOVE)는 상장 직후 4만6000배 폭등한 코인으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화제가 됐다. 지난 9일 코인원에서 오후 8시에 상장된 무브먼트는 오후 8시 41분 기준가인 215.3원보다 4만6000배 급등한 99만8500원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16분 뒤인 오후 8시 57분 5300원대로 급격하게 떨어졌다. 단 16분 만에 가격이 급락한 것이다.

다만 무브로 인한 피해자 손실은 크지 않았다. 99만8500원에 거래가 체결된 코인은 단 0.076개로 원화 손실이 10만원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금감원이 거래소들을 소집하고 코인원에 재발방지를 요청한 것은 상장 코인 급등락 사태가 반복되면 가상자산시장에 대한 이미지도 타격을 입고 당국과 거래소 모두 부담스러운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무브는 무브먼트 네트워크 재단이 발행한 가상화폐다. 무브는 메타(전 페이스북)가 개발한 블록체인 프로그래밍 언어로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앱토스와 수이가 사용 중인 프로그래밍 언어이기도 하다. 출시와 동시에 국내 및 해외 주요 거래소가 동시 상장을 예고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았던 프로젝트로, 이더리움 기반 레이어2 블록체인 네트워크로 이더리움의 고질적 한계로 꼽혔던 확장성(속도)을 개선하겠다며 주목받았다.

급등락 사태가 발생한 무브 코인은 코인원과 업비트, 빗썸에 상장됐는데 코인원은 타 거래소 대비 하루 먼저 상장했다. 업비트와 빗썸은 유동성 문제로 상장을 한 차례 미뤘다. 업계에서는 유동성이 적은 거래소에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는 코인이 상장하면 시세급등락이 예측되고 이런 점이 금감원의 소집 계기가 됐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외에도 금감원은 4분기 들어 급격히 증가한 상장률에 따라 시세변동이나 투자자 피해가 없는지 확인하고 있다. 가상자산업 리서치 기업 디스프레드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국내 5대 거래소의 4분기 총상장 건수는 약 60건으로, 3분기(45건)에 비해 약 33% 증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형 거래소들은 유동성 부족과 시세 급등을 어느 정도 예측하고 있는 것 같아서 지난 소집에 따로 부르지 않았다”라며 “코인원의 제출 자료와 재발방지안은 검토하고 있으며 별다른 제재 없이 당분간 상황을 지켜볼 예정이다”라고 했다. 그는 “최근 상장하는 코인에 대해서 특히 조사국의 시장분석팀이 이상거래를 확인하고 있으며 시세 급등락도 철저히 감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