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은행 모습. /연합뉴스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전국과 서울의 아파트 전세값이 모두 보합세로 전환됐다. 전방위적인 대출규제가 전세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은행들이 실수요자 위주로 대출 허들을 낮추고 있지만 그동안 유주택자의 전세자금 대출 등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낮춰도 가산금리를 낮추지 않고 있는 영향도 크다.

2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셋째주(지난 1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보합(0.00%)을 기록했다. 지난해 5월 넷째주 후 83주 만에 보합세로 돌아선 것이다. 전국 전셋값(0.00%)도 지난 2월 첫째주 후 46주 만에 상승세가 꺾였다.

최근 은행들이 내년 대출 접수를 시작하면서 전세 대출문을 속속 열기 시작했지만 앞으로 전세시장은 당분간 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이 그동안 전세자금대출 문턱까지 높여가며 대출규제를 해온 영향에 더해 실수요자 중심으로만 대출 문턱을 낮추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자금 대출의 가산금리 역시 여전히 낮추지 않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12일부터 내년 대출 실행 건에 대해 전세대출 판매를 재개했고, 신한은행도 1주택 보유자 전세자금대출을 다시 시작했다. NH농협은행도 내년 실행 건부터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다시 취급하기로 했고 우리은행도 비대면 전세대출 부동산 금융상품 판매 재개했다.

주요 시중은행들의 전세대출 판매 재개 상품은 대부분 실수요자 위주로 이뤄진다. 실제로 은행들은 유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 등 투기성 목적이 강하다고 판단될 수 있는 대출은 내년까지 취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뿐만 아니라 그동안 은행들이 유주택자 대상의 전세자금 대출 등까지 중단하면서 지난 수개월간 실수요자들의 대출 한파가 지속돼 왔다. 전세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던 것이다.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내려가지 않으면서 전세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섰다는 의견도 우세하다. 지난 20일 기준으로 4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의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4.03%~5.18%였다. 지난 7월 평균 3%대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오른 것이다.

이는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여전히 내리지 않고 있는 탓이다. 시중은행 전세대출 고정금리는 금융채 2년물 금리를, 변동금리는 금융채 6개월물을 따르는데 지난 7월 금융채 2년물 금리는 3.2%대에서 2.9%까지 오히려 내렸다. 금융채 6개월물 금리 역시 3.4%대에서 3.3%대까지 소폭 내렸다.

이처럼 은행들이 내년 전세대출 접수를 시작하고 문턱을 낮췄다고 해도 가산금리는 그대로 두고 있어 금융 소비자들의 부담은 줄지 않을 전망이 크다. 시장도 이런 내용이 반영돼 당분간 관망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평가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전월세 전환율이 4~5%를 유지하는데 대출금리가 5%를 유지한다면 전세대출을 받을 필요가 없어 월세나 반전세의 수요가 커진다”며 “전세대출 금리가 내려가면 이동이 상대적으로 수월해질 테지만 조달금리는 내려가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내리지 않고 있어 수요자들의 부담이 큰 상황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