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요리사이면서 현재 세 마리의 고양이를 기르고 있는 집사입니다. 저희 고양이들은 모두 누군가에게 길러지다 버려지거나, 보호소에서 안락사를 기다리던, 혹은 아픈 몸으로 길에서 죽음을 기다리던 아이들이었습니다.”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흑백요리사’의 시즌 1 우승자인 나폴리 맛피아 권성준 비아톨레도 셰프가 지난달 중순 이 같은 글을 올렸습니다. 유기동물의 건강을 위한 사료와 방한 용품을 지원하기 위해 3000만원을 모금한다는 글이었습니다. 이 글은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전파됐고, 모금은 순식간에 마감됐습니다. 권 셰프는 “방송을 통해 얻은 인기가 식기 전에 기부에 대한 홍보를 하고 영향력을 뻗치고 싶었다”며 “연말에는 레스토랑 팝업도 열어 수익금을 유기동물 보호소나 고양이 중성화 비용 등으로 기부하고 싶다”고도 했습니다.
권 셰프가 이런 글을 올리고 모금 활동을 하는 곳은 기부앱 ‘돌고도네이션’입니다. SK그룹 창업주인 고(故) 최종건의 외손자이자 현 회장 최태원의 5촌 조카인 재벌 3세 이승환 대표가 2017년 만들었습니다. 돌고도네이션이란 뜻은, 행복이 돈다는 뜻입니다.
이 대표는 기존 재벌 3세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유튜브 채널 ‘휴먼스토리’에 자신의 삶을 보여주기도 하고, U+모바일tv의 예능 프로그램 ‘금수저 전쟁’에 출연해 ‘재벌집 막내아들 전략가 자인’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그는 왜 이런 행보를 보일까요? 그가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일까요? 돈이 되는 여기 힙해 서른 네 번째 이야기입니다.
<1>구체적인 사연과 빠른 피드백으로 기부 재미를
이 대표의 첫 기부 경험은 어릴 적 ‘크리스마스 씰’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씰을 살 때마다 궁금했어요. ‘이걸 사고 나면, 어떤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거지?’ 지금 돌고도네이션 모델은 이런 초등학교 시절 경험이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추운 연말, 누군가를 돕고 싶지만 어떻게 도와야 할지 막막합니다. 돈이 누구에게 전달되는지, 어떻게 쓰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대표가 파고든 건 이런 심리입니다. 돌고도네이션 앱을 들어가면 아동·청소년, 여성, 어르신, 동물, 장애인 등 다섯 카테고리가 있고, 각자의 사연들이 올라와 있습니다. “설 명절, 학대 피해 어르신에게 희망과 용기를 선물해주세요” 등의 글입니다.
이런 사연에 기부하고, 금액이 마감되면 인증샷도 올라옵니다. 구체적인 사연과 빠른 피드백으로 느끼는 기부의 재미입니다.
이 대표는 “사연은 연계된 비영리 단체들을 통해 공정하게 모집을 받고 있다”며 “정확한 전달을 위해 돈이 아닌 필요한 물품을 요청 받아 공동 구매를 통해 좋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했습니다. 기부된 돈이 다른 곳으로 흐를 수 있는 길을 모두 차단한다는 것입니다.
<2>팝업 등 기부를 친숙하고 트렌디하게
그는 기부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층을 파고 들기 위해 팝업스토어나 인스타그램 같은 다양한 채널을 사용합니다. 20대 몸에 익힌 나누는 습관은 커서도 이어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수면 음료 브랜드 팝업을 열거나 다트 체험 등을 열어 그 수익금을 기부로 연결합니다. 팝업을 방문하면 재미는 있어도 ‘내가 왜 행사장에서 대신 홍보를 해주고 있지?’ 같은 일명 현타가 오기 쉬운데, 팝업을 기부와 연결해 성취감을 주는 것입니다. 이 대표는 “온라인을 통한 홍보는 장기적인 효과는 볼 수 없지만 마케팅툴로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3>자신을 브랜드화해 기부 문화 투명하게
그가 이런 생각을 한 것은 물질적으로 휘둘리지 않는 삶을 살아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정보통신(IT)를 이용하면 기부 문화를 투명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이를 위해 재벌 3세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처음 화제가 된 유튜브 ‘휴먼스토리’는 제작자 분이 저희 기부자예요. 이런 촬영을 한 번 해보는게 어떻겠냐고 해서 식사라도 대접할 겸 촬영을 했는데 하고 나니 화제가 되면서 지난 1년간 모금액보다 더 많은 모금액이 하루만에 쏟아졌었어요. 기업들이 홍보 마케팅을 위해 비용을 들이는데, 제가 화면에 나오는 것만으로도 홍보가 된다면 이 또한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4>기부의 선순환, 지속성이 가장 큰 고민
그가 돌고도네이션을 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도움을 받던 미혼모가 자립에 성공해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바뀌었을 때라고 말했습니다. “그 때 드디어 ‘선순환이 시작됐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대표가 공을 들이는 건 미혼모들입니다. 그는 “대부분이 성인들이다보니 적은 도움으로도 바로 경제 활동이 가능해 ‘선순환’이 가장 빠르다”며 “미혼모와 그 자녀들까지 한 가구를 돕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목표는 “앞으로 5년 안에 대한민국 취약계층 생필품 문제를 해결을 하고, 그 다음 단계로 의료 지원, 교육 지원 등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코로나 이후 보육원 아이들이 언어 발달 장애를 겪고 있대요. 보육원은 집이 아니다보니 다들 생활할 때 마스크를 껴, 언어 발달이 늦어지는 것이지요. 언어 발달이 늦어지면 사회 정서적 불안감에 분노 조절 장애라도 이어지기 쉽습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의료와 교육 지원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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