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상계엄 사태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론 등의 타격을 받으며 국내 주식 시장이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이탈도 가속화되고 있다. 코스피 시장 거래대금 중 개인 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이달 들어 47%대까지 떨어졌다. 또 ‘빚투(빚내서 투자)’ 지표이면서 개인들이 얼마나 증시에 관심이 있는지 알려주는 지표인 신용융자 잔액(잔고)도 올해 중반 20조원에서 최근 15조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반전을 위해서는 기업 실적 하향 폭이 둔화되고, 환율 변동 폭이 축소되면서 외국인 매수세가 돌아와야 한다”고 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 비율 47%, 2년여 최저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8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의 거래대금 비율은 47.31%로 전달(50.95%)보다 3.64%포인트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스피가 2200선까지 떨어졌던 2023년 1월(45.83%) 이후 2년여 동안 가장 낮은 수치다.
올해만으로 기간을 좁혀서 보면 가파른 하락세가 더욱 드러난다. 금리 인하 기대감과 AI(인공지능) 반도체 붐 등으로 코스피가 2700대 후반을 기록하던 지난 6월까지만 해도 개인 투자자의 비율은 58.49%에 달했다. 그러나 이후 미국 경기 침체 우려로 불거진 8월 블랙먼데이(검은 월요일), 트럼프 리스크, 계엄·탄핵 등 정치적 불확실성 등 악재가 잇따르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코스피 거래대금 비율은 빠르게 줄어들었다. 이에 50% 선이 깨지고, 47%대까지 주저앉았다.
코스피보다 개인 투자자 비율이 높은 코스닥에서도 이달 들어 개인 투자자 비율은 지난 10월(79.34%), 11월(77.34%)보다 감소한 77.1%를 기록했다.
◇신용융자 잔액도 연중 최저 수준
‘빚투’를 뜻하는 신용융자 잔액이 줄어드는 것도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 심리 위축을 보여준다. 신용융자 잔액은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로부터 빌린 돈 중 상환되지 않은 금액을 말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9일 기준 국내 증시의 신용융자 잔액은 15조87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7월까지만 해도 20조원을 넘겼지만, 이후 줄어들어 지난 12일에는 15조1600억원으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코스피의 거래 절벽 현상은 ‘상장 주식 회전율’에서도 드러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일 종가 기준 올해 코스피 연간 상장주식 회전율은 187.05%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지난 2010년 이후 가장 낮다. 상장주식 회전율이란 특정 기간의 거래된 주식의 총량을 상장 주식 수로 나눈 값이다. 회전율이 높으면 투자자들이 주식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 주식 거래를 활발히 하고 있고, 낮으면 관심이 적다는 것을 뜻한다. 코스닥의 연간 상장 주식 회전율도 올해 425.58%로, 2014년 399.39%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였다.
◇개미들, 미국 증시로 직행
국내 주식 시장에 흥미를 잃은 개인 투자자들은 미국 증시로 직행하고 있다. 2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13~19일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 결제액은 6억2296만달러(약 9029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일주일 전(6∼12일) 순매수 결제액 5억1590만달러(약 7477억원)보다 약 21% 증가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달러 강세 시기에는 해외 주식 매수 시 더 많은 원화가 필요해 해외 주식 매수세가 주춤하지만 최근 상황은 이례적이다.
가장 큰 이유는 수익률 차이다. 코스피는 올해 들어서만 9% 넘게 빠졌지만 미국 대표 지수인 S&P500은 빅테크 성장과 미국 경기 회복세 등에 힘입어 25% 넘게 상승했다. 실제 서학개미(해외 증시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들이 선호하는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KODEX 미국서학개미’ ETF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89%로 국내에 상장된 ETF 총 849개(레버리지·인버스 제외) 가운데 가장 좋은 성과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