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이후 코스피가 8% 이상, 코스닥은 20% 이상 하락했다. 하지만 시장이 아무리 안 좋아도 오를 주식은 오른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0일까지 세 자릿수의 주가 상승률을 보인 종목은 53개였다. 올해 최고의 수익을 안겨준 종목, 그리고 최악의 손실을 안겨준 종목은 무엇일까?

그래픽=이진영

◇K푸드·K방산보다 K전력이 최고

올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돈을 번 세 가지 키워드는 K전력, K푸드, K방산이었다. 그런데 이 중에서도 K푸드와 K방산이 K전력을 이기지는 못했다.

올해 코스피에서 최고의 수익을 낸 종목은 K푸드 불닭볶음면 신화의 주인공인 삼양식품도, K방산 열풍의 대장주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아닌 HD현대의 전력회사인 HD현대일렉트릭이었다. 올 들어 지난 20일까지 HD현대일렉트릭의 주가 상승률은 345.26%에 달했다. 2위인 삼양식품은 246.30%, 9위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36.81%다.

HD현대일렉트릭은 변압기 등 전력 인프라 관련 기기를 주로 만드는데, 인공지능(AI) 개발 열풍 등으로 전력난을 겪고 있는 북미·유럽 등 현지 시장에서 급성장을 이루며 올 3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같은 K전력 인프라 종목인 효성중공업도 6위로 152.93%, LS일렉트릭도 18위로 108.20% 증가율을 기록했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HD현대일렉트릭의 경우 초고압 변압기 수요 확대 흐름이 여전한 가운데, 미국 시장 선점 효과와 고사양 변압기 수주 대응 능력이 커져 내년에도 실적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코스닥 시장 1위는 PCB(인쇄회로기판) 핵심 설비 제조 업체 ‘태성’이었다. 올해 주가가 577.75% 급등했다. AI 반도체 시장 성장과 함께 고성능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태성의 ‘유리기판’ 사업이 주목받았다. 미국 아마존에 납품하는 K화장품의 선두주자로 하유미팩(배우 하유미가 쓰는 마스크팩)으로 유명한 ‘제닉’(2위 ·490.28%)과 화장품 유통 플랫폼인 ‘실리콘투’(4위·311.8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테마주인 오리엔트정공(3위·406.64%) 등보다 상승률이 높았다.

그래픽=이진영

◇지난해 스타, 올해는 추락한 이차전지

반면, 올해 국내 주식 시장에서 돈을 잃은 3가지 키워드는 이차전지, 친환경, 부동산(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이었다.

올해 들어 코스피 하락률 1위는 ‘스타에스엠리츠’로 78.55% 하락했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올해는 고금리와 부동산에 대한 투자 심리 위축 등으로 상장 리츠들의 주가가 급락했다”며 “상장 리츠들의 자산 편입과 유상증자 이슈 등으로 주가가 하락하는 현상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리츠를 제외하고 하락률이 제일 컸던 건 이차전지주였다. 배터리 아저씨로 불리던 박순혁 작가가 홍보 이사로 재직했던 금양(-77.11%), 이차전지 소재 기업인 포스코DX(-73.71%), 이엔플러스(-71.61%), SK아이이테크놀로지(-71.17%)가 하락률 2~5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최고의 스타였던 ‘이차전지’주가 올해는 최악의 주가 된 것이다.

장정훈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전기차 수요 둔화 가능성을 높이는 이벤트가 추가로 발생할 확률이 높은 만큼 이차전지는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코스닥 시장에서 손실률 1위를 차지한 주식은 자동차 렌털 등의 사업을 하는 CNH다. 올해 중순 경영권 매각 등의 이슈로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다 현재는 거래 정지 상태로 상장 폐지 위험 종목이다. 경영권 분쟁 종목은 함부로 들어가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게 증권가의 얘기다. 한때 종가로 200만원까지 올랐던 영풍·MBK 등과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 주가도 한 달 전 수준인 110만원대로 내려왔다.

2위인 의류제조기업 엠에프엠코리아도 매각 이슈 등으로 혼란을 겪으며 93.90% 하락한 후 거래 정지 상태다. 청정 에너지 기업으로 각광받던 에스엘에너지도 91.32%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