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원화 가상자산거래소 고팍스 인수를 놓고 메가존과 바이낸스의 협상이 교착 상태다. 고팍스 최대주주인 바이낸스는 지분을 메가존에 넘기려했지만 최근 급등하는 비트코인의 가격으로 인해 고팍스의 고파이 채무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협상이 어려워졌다.
24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이후 메가존과 바이낸스의 고팍스 매각 협상은 진전되지 않았다. 메가존 측은 고팍스와 인수 논의에 대해 확정된 바가 없으며 아직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실질적인 논의나 차후 계획은 당장 없는 상태다. 그 사이 메가존과 바이낸스는 따로 교류도 없었으며 업계에서는 메가존이 사실상 인수를 포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메가존의 고팍스 인수 난항 소식은 수개월 전부터 무성했다. 클라우드 등 다양한 정보통신(IT) 계열사를 비롯해 블록체인 분야까지 사업 영업을 넓히고자 했던 메가존이 고팍스를 인수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고파이’ 채무였다. 고파이는 고팍스의 고정형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로, 투자자들이 자신의 가상화폐를 거래소에 예치해 두면 일정 기간 뒤 원금과 이자를 받는 서비스다.
그러나 지난 2022년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FTX의 파산 여파로 고파이 예치 자산을 실제로 운영해왔던 가상자산 대출기업 제네시스가 원금 상환 중단 결정을 내렸다. 고팍스는 고파이 투자자의 자산을 상환받기 위해 제네시스와 협상해 왔으나 끝내 제네시스가 파산하면서 고팍스는 채무를 떠안게 됐다. 따라서 고팍스 지분을 매각하려면 고파이 채무 금액에 대해 채권단과 합의가 되어야 한다.
문제는 그사이 비트코인의 가격이 치솟았다는 점이다. 고팍스는 당시 가격대로 비트코인 1개당 2800만원 기준으로 잔여 미지급금을 현금으로 상환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고파이 채권단은 당시 예치했던 비트코인을 그대로 돌려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글로벌 시황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비트코인의 가격은 1억3750만원 수준이다.
메가존이 인수 협상에서 발을 빼면 고팍스는 금융 당국이 요구하고 있는 대주주 변경을 이행할 수 없게 된다. 새로운 인수자가 나타날 가능성도 극히 드물뿐더러, 인수 협상 과정에서 고파이 채무가 발목을 잡을 것도 뻔하다. 고팍스는 지난해 3월 최대주주를 바이낸스로 바꾸는 내용의 사업자변경신고서를 제출했지만 아직 계류돼 있는데, 금융위원회는 바이낸스의 고팍스 지분율을 10% 이하로 줄일 것을 요구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바이낸스의 고팍스 지분율은 67.45%다.
또한 고팍스는 가상자산사업자(VASP) 갱신신고를 신청했으며 지난주까지 현장 검사를 받았다. 현장 검사는 별다른 내용 없이 종료되었으며 남은 것은 금융 당국의 신고 수리다. 당국이 대주주 변경을 문제 삼아 신고를 수리하지 않으면 고팍스는 폐업 절차를 밟게 되며 채무 상환은 더욱 어려워진다. 업계 관계자는 “고팍스로서는 할 수 있는 법적 부분을 모두 이행했고 남은 것은 당국의 수리 여부다”라며 “다행히 바이낸스가 고팍스 채무에 대한 상환 의지가 있고, 당국과도 소통하고 있으니 아직은 기대를 걸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