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뉴스1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원·달러 환율)이 1460원 선을 넘어선 가운데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 커지면 빠르게 1500원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26일 원·달러 환율은 1464.8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 흔들렸던 2009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450원 저항선을 예상외로 쉽게 돌파했다”며 “국민연금 헤지(위험 회피) 물량이 환율 추가 상승을 방어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헤지 물량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했다.

박 연구원은 이날 환율 급등은 달러 강세보다 원화 약세의 영향이 더 크다고 평가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19일 108.2를 정점으로 이날 107.9까지 소폭 내려왔기 때문이다.

박 연구원은 원화 약세 요인으로 먼저 윤석열 대통령 탄핵정국을 꼽았다. 그는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로 리스크가 조기에 매듭지어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가 신인도와 외국인 자금 흐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은 물론 국내 신용 스프레드가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 외국인이 바라보는 한국에 대한 시각이 악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국내 내수 경기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는 상황도 원·달러 환율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올해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88.4로 지난달보다 12.3포인트 급락했다. 박 연구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와 비교해도 이번 탄핵 국면에서 소비심리, 즉 내수 부진이 상대적으로 심각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앞으로도 원·달러 환율을 더 올릴 요소가 많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리스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불확실성, 국내 경기 부진에 따른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기대감 등이 대표적이다.

박 연구원은 “당장 원·달러 환율이 안정되려면 외국인이 바라보는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완화해야 한다”며 “탄핵정국 불확실성이 더 커진다면 예상보다 조기에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