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 이마트. /뉴스1

이른바 ‘사물주(사면 물리는 주식)’로 통하는 이마트 주주들이 천당과 지옥을 오가고 있다. 올해 여름 역대 최저 수준까지 하락하며 ‘개미의 늪’으로 불렸던 이마트 주가가 최근 들어서는 급등락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증권가에선 단기적으로 주가 변동성이 커졌다며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이 이마트와 백화점 계열 분리를 공식 발표한 10월 30일부터 이달 26일까지 이마트 주가는 18.9% 올랐다. 2011년 상장 이후 최저 수준의 주가 흐름을 보인 올해 6월 27일(5만4800원)과 비교하면 37.8% 상승했다.

특히 이달 23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면담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이마트 주가는 14.7% 뛰었다. 여기에 26일 알리바바와 손잡았다는 호재까지 전해지자 하루 만에 주가는 5.45% 올랐고, 장 마감 후 시간 외 거래에서도 종가(7만5500원)보다 6%대 상승했다.

하지만 이마트 주식을 산 대다수 개인이 여전히 물린 상태여서 원금 회수까지는 갈 길이 먼 상태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달 24일 기준 이 증권사를 통해 이마트에 투자한 1만7936명의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 30.5%다. 전체 투자자의 86.9%가 손실인 상태고, 수익을 낸 투자자는 100명 중 13명에 그친다. 평균 단가는 12만5867원으로, 현재 주가의 두 배에 달한다.

줄곧 내리막길을 타던 이마트 주가는 올해 몇 차례 반등 기회를 만났다. 우선 금융당국의 밸류업 정책 추진으로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이 주목받던 2월 2일에 1년 내 최고가(8만8500원)를 터치했다. 그러나 이후 급격하게 하락세를 타더니 6월 27일 역대 최저가로 주저앉았다. 이마트 주가는 8월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며 다시 반등하는 듯했으나 금세 다시 고꾸라져 지지부진한 흐름을 계속했다.

이달 들어선 기관 투자자가 4거래일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거래일에 이마트 주식을 순매수하며 주가 상승에 힘을 실었다. 이렇게 사들인 금액은 231억5768만원어치다. 그러나 같은 기간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39억2478만원, 190억8208만원 순매도하며 이를 상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증권가에선 이마트 주가의 중장기 움직임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전망이 나온다. 정용진 회장이 트럼프 당선인을 만났고 알리바바와 조인트벤처(JV)를 설립했지만, 투자의견이나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한 증권사는 없다. JV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인 이날 이마트 주가는 9.8% 급락하며 이번 주 상승분을 되돌렸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뚜렷한 전략 방향성이 없었던 G마켓이 전략적 파트너를 확보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알리익스프레스와 명확한 시너지 전략을 떠올리기 어렵다”면서 “이마트의 오랜 실적 부진으로 매출총이익률(GPM) 개선에 대한 투자자와 애널리스트의 기대는 높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