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국제공항 참사 여객기 운용사인 제주항공이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은행 차입금 규모가 2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권에선 제주항공의 은행 차입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만기시점에 차입금의 최대 30%를 은행에 돌려줘야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참사 여파로 제주항공 사업에 빨간불이 켜진 만큼 은행권이 리스크 관리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30일 제주항공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말 기준 제주항공의 단기차입금은 2421억원이다. 단기차입금은 상환 만기가 1년 이내로 설정된 조달 자금이다. 단기차입 형태로는 대출, 기업어음 발행 등이 있는데 제주항공은 단기차입금 전액이 은행 대출이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제주항공은 한국산업은행으로부터 782억원을 빌렸다. 다음으론 하나은행에서 539억원, 우리은행에서 500억원을 차입했다. 이외 신한은행, NH농협은행, iM뱅크(옛 대구은행)로부터 200억원씩 대출받았다.
금융권 내에선 은행이 제주항공에 돈을 빌려줄 때 더욱 까다로워질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통상 사업에 큰 문제가 없으면 기업은 단기차입금 만기가 도래했을 때, 만기를 연장하거나 다른 금융사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돈을 갚곤 한다. 이 경우 기존 차입 조건과 비슷한 금리 등의 조건을 설정해 부채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 경영에 악재가 생겼다면 금융사는 차입금 일부를 먼저 돌려받으며 위험 부담을 차츰 줄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은 경영상 큰 문제가 발생한 기업에 대해선 보통 만기 때마다 10~30%씩 상환을 받고 차액을 연장한다”면서 “차주 기업 채권을 한꺼번에 회수하려고 했다가 오히려 기업이 부도날 수 있어 일괄 상환을 요구하기엔 조심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제주항공의 신규 차입에도 지장이 생길 수 있다”며 “시중은행의 경우 제주항공이 새로 대출을 요청한다 해도 이번 참사 여파를 상세히 계산해 금리 등 조건에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제주항공의 전체 유동성 부채(9937억원) 중 4분의 1가량은 은행으로부터 조달한 단기차입금이다. 은행 차입 규모가 쪼그라든다면 제주항공의 전반적인 자금 조달 및 사업 추진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 채권을 쥔 은행들은 아직 차입금 상환에 대한 검토에 착수하지는 않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참사 초기인 만큼 대출에 대해 논의할 시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