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마지막 한 달 동안 국내 증시가 개인과 외국인 투자자의 동반 이탈로 얼어붙었다. 거래량과 거래대금도 지난달보다 모두 감소했다. 연말 대주주 양도소득세 완화 등 매도세를 줄일 수 있는 요인이 있었지만,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며 투자자들의 이탈을 막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2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2조9680억원과 2조3244억원씩 주식을 순매도했다. 월간 기준으로 개인과 외국인이 동시에 조 단위 순매도를 기록한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이들의 매도 물량은 기관이 3조8281억원 규모로 순매수하며 받았다.
개인 투자자의 경우 연말 대주주 양도소득세 요건이 기존 종목별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완화되면서 매도 규모가 줄어들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지만, 국내 증시 수익률이 부진하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빠르게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달 들어서는 탄핵정국 등 정치적 불확실성과 글로벌 경제 리스크가 합쳐지며 증시 이탈을 야기했다.
거래량과 거래대금도 감소세를 보였다. 12월 국내 증시 총거래량은 537억4981만주, 거래대금은 611조2298억원으로, 11월(569억778만주·709조4974억원)에 비해 모두 줄었다. 유가증권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올해 2월부터 9월까지 10조원을 훌쩍 넘겼지만, 이달은 8조7353억원까지 감소했다. 이달 하루 거래대금이 10조원을 넘긴 날은 단 4거래일(4·6·9·12일)에 불과했다.
유가증권시장의 시가총액 회전율도 8.73%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거래대금 감소가 시가총액 감소보다 더 가파르게 진행되었음을 보여준다. 시가총액 회전율은 총 거래대금을 평균 시가총액으로 나눈 수치다. 시가총액 회전율은 올해 7월 12.06%까지 올랐다가 이달 8.70%로 크게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국내 정치 불확실성과 달러 강세 등 시장에 반영되는 변수가 많은 만큼 부진한 흐름이 내년에도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정국 혼란 국면이 지속되고 있고, 연말 폐장 및 신년 휴장으로 인한 주 중반까지의 거래 부진이 증시의 단기적인 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연구원은 낙폭과대 수출주 또는 바이오 등 금리 상승 민감주를 중심으로 한 분할 매수가 적절하다고 분석했다.
반면 올해 증시 흐름이 부진했던 만큼 새해에는 밸류에이션(Valuation·평가 가치) 매력이 높아진 일부 업종과 자사주 매입 확대, 경기부양책에 따른 주가 상승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성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총 비중이 높은 반도체, 자동차, 금융업종의 밸류에이션이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고, 이달 외국인 매도 증가로 저평가가 심화했다”며 “내년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은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자사주 매입은 20조원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