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어떤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게 좋을까.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올해 ETF의 세 가지 키워드로 ‘트럼프, 중소형주, 월(月) 배당’을 들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수혜를 받을 것으로 보이는 원전이나 방산·우주산업 등에 투자하는 ETF를 주목하고, 테크주의 고평가 우려로 인한 불확실성을 제어하기 위해 중소형주 비중이 높은 ETF 등도 눈여겨보라는 것이다. 또 작년 관심을 모았던 ‘월배당’ ETF는 올해도 인기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래픽=이진영

◇트럼프 테마, 빠르게 올라타라

자산운용사들은 “트럼프 취임 이후 각종 규제 완화와 법인세 인하 등 친기업 정책을 펼 것”이라며 최대한 빠르게 트럼프 테마 투자 상품에 올라탈 것을 조언했다. KB자산운용은 “트럼프 2기에서 화석 연료, 원자력 산업 지원이나 ESG 투자 인센티브 금지 등이 이뤄질 것”이라 내다보며 ‘RISE 글로벌원자력’, ‘RISE 미국S&P원유생산기업(합성 H)’ 등을 추천했다. RISE 글로벌원자력은 원전 관련 해외 기업과 국내 기업에 각각 70%, 30% 투자해 주요국의 원전 수요 확대에 따른 수혜를 추구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로 인해 자주 국방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는 등 방위산업이 주목받고 있다”며 방위산업에 집중 투자하는 ETF를 추천했다. 지난해 10월 상장한’TIGER 미국방산TOP10′은 레이시온, 록히드마틴 등 미국 대표 상위 10개 방산 기업에 집중 투자한다. 삼성증권은 ‘PLUS 우주항공&UAM’과 ‘TIMEFOLIO 글로벌우주테크&방산액티브’를 추천하면서 “우주 관련 산업은 2023년 대비 2027년에 2배에 육박하는 성장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며 “트럼프 정부의 우주개발 정책은 미국으로의 제조업 복귀의 일환이자 동시에 우주 시대 패권 장악을 위한 장기간의 전략적 투자”라고 했다.

◇美 기술주 고평가 부담? 중소형주로 분산

운용사들은 새해에도 엔비디아·테슬라 등 대형 테크주들의 높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과 AI(인공지능) 과잉 투자에 대한 우려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여기서 생기는 불확실성을 제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를 위해 중소형주 위주나 동일 가중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추천했다. 동일 가중 방식은 ETF 내 구성 종목의 시가총액과 상관없이 모두 동일한 비중으로 투자하는 전략으로, 기존 시가총액 가중 방식보다 중소형주 비중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신한자산운용은 ‘2025년 펀드시장 전망’에서 “미국 S&P500 일반 지수 대비 중소형주 편입 비중이 높은 동일 가중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008년 금융 위기와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때 진행된 금리 인하 이후 1년간 S&P500과 S&P500 동일 가중 지수의 1년 성과를 비교해 보니 S&P500 동일 가중 지수 상승률이 S&P500보다 각각 12%, 4%가량 더 높았다. 송태헌 신한자산운용 상품전략센터 수석부장은 “S&P500과 S&P500 동일 가중 지수의 밸류에이션 격차가 최근 5년 이래 가장 확대된 상태라 올해는 S&P500 동일 가중 지수와 중소형주 비중 확대를 추천한다”고 했다.

◇월 배당 ETF도 인기 이어갈 듯

트럼프 리스크나 국내 정치적 불안정이 계속되면서 매달 일정한 수준의 현금 흐름을 만들어내는 ‘월 배당 ETF’도 인기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월 배당 ETF는 주식, 채권 등에서 발생하는 배당금이나 이자 수익을 매달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방식의 상품이다.

실제 월 배당 ETF에 대한 투자액은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만든 11종의 월배당 ETF의 순자산 총액은 출시 1년 9개월 만인 지난달 3일 3조원을 돌파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관계자는 “배당이 꾸준히 늘어나는 배당 성장주에 대한 투자도 유효할 것”이라고 했다. 월 배당 ETF 신상품도 계속 나오고 있다. 미래에셋운용은 지난달 17일 엔비디아 주식(30%)과 미국30년국채(70%)에 동시에 투자하는 월 배당 ETF인 ‘TIGER 엔비디아미국채커버드콜밸런스(합성)’를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