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거래일부터 국내 로봇 기업의 주가가 가파른 오름세를 보인 가운데 로봇 대장주 자리를 두고 두산로보틱스와 레인보우로보틱스가 맞붙었다.
두산로보틱스 주식은 코스피시장에서 6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가 전 거래일보다 28.11%(1만4700원) 오르면서 시가총액 4조3429억원을 기록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이날 개장하자마자 상한가(일일 가격 제한폭 최상단)로 직행해 시가총액 4조1031억원에 장을 마쳤다.
글로벌 기술 대기업이 잇달아 휴머노이드 로봇(인간의 신체 형태를 닮은 로봇) 사업에 진출하고 나서면서, 국내 로봇 업종 전반의 투자심리가 개선된 것이 주가 상승의 동력이 됐다. 두산로보틱스와 레인로보우로보틱스를 비롯해 로봇 테마주로 분류되는 47개 상장사 모두 이날 주가가 상승했다.
주가가 급등하면서 로봇 업종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놓고 두산로보틱스와 레인보우로보틱스의 경쟁도 치열해졌다. 두 기업의 시가총액 차이는 2398억원으로 좁혀졌다. 이날 장 중 레인보우로보틱스가 두산로보틱스 시가총액을 웃돌기도 했다.
두산로보틱스는 2023년 10월 상장, 그 다음 달부터 로봇 대장주 자리를 지켜왔다. 두 회사의 시가총액은 한때 4조원 넘게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 2조원 안팎을 유지하던 시가총액 격차가 빠르게 좁혀진 것은 지난해 7월부터다.
당시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 산하 두산밥캣을 떼어 두산로보틱스 밑으로 옮기는 것을 골자로 한 사업 재편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일반 주주가 반발하고 금융감독원도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두산그룹은 지난달 관련 임시 주주총회를 철회했다.
사업 재편안이 무산되면서 두산로보틱스 주가는 지난달 장 중 4만9850원까지 밀렸다. 두산로보틱스 주가가 4만원대를 기록한 것은 상장 이후 처음이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2023년 9월 고점 이후 긴 주가 조정을 거쳐왔는데, 삼성그룹의 후광 효과를 누리게 됐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31일 보유 중인 레인보우로보틱스 주식에 대한 콜옵션(사전에 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콜옵션 행사에 따른 양수도 거래가 오는 2월 마무리되면 삼성전자의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율은 14.7%에서 35%로 늘어난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삼성전자의 연결 재무제표상 자회사로 편입된다.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 주식에 대한 추가 콜옵션도 갖고 있다. 이를 모두 행사하면 지분율은 59% 수준까지 증가한다.
이지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삼성그룹) 계열사 매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고, 커진 글로벌 영업망을 활용해 연내 수출을 성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다만 주가 오름세가 계속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협동 로봇 수요가 반등해야 하고, 레인보우로보틱스는 휴머노이드 로봇 영역에선 글로벌 기업에 비해 후발 주자이기 때문이다.
이상수 iM증권 연구원은 “두산그룹 지배구조 이슈가 해소됐고, 삼성전자와 레인보우 로보틱스 협력 등은 로봇 섹터의 긍정적 주가 상승 재료”라면서도 “등락 폭이 큰 업종 특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