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헤알화 가치가 폭락해 국내의 브라질 국채 투자자들 사이에 비상이 걸렸다. 브라질 국채는 국내 자산가들의 관심이 높은 투자처다.
1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달러 대비 헤알화 환율은 달러당 6.18헤알로 석 달 전(5.44헤알)과 비교해 13.6% 올랐다(가치는 하락). 블룸버그통신은 “헤알화 가치는 연간으로 21% 하락했다”며 “이는 31개 주요 통화 중 달러 대비 가장 큰 폭락세”라고 전했다.
브라질 채권은 연간 명목 이자만 10% 이상이다. 여기에 더해 자산가들에게 매력적인 이유는 비과세 대상이기 때문이다. 1991년 한국과 브라질 간 국제 조세협약에 따라 이자소득과 매매차익이 비과세 대상이 됐다.
그런데 문제는 헤알화 가치가 폭락하면 환차손이 눈덩이처럼 커져 이자 수익보다 환율 손실이 더 커진다는 데 있다.
브라질 헤알화 가치가 급락하는 이유는 브라질 재정 적자로 인한 경제 위기 가능성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으로 인한 강(强)달러, 미·중 간 지정학적 긴장감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브라질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10%, 정부부채는 GDP의 90%에 육박한다. 브라질 정부는 최근 2026년까지 공공지출 삭감 등 700억헤알(약 16조원)에 달하는 재정적자 해소 방안을 내놓았지만 불안감을 잠재우기는 역부족이었다. 투자자들은 “삭감 규모가 부족하다”며 헤알화 ‘팔자’ 물량을 쏟아냈고, 헤알화는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브라질 중앙은행이 2주 동안 약 200억달러의 준비금을 지출하는 등 역사적인 개입을 했지만 폭락을 역전시킬 수 없었다”고 전했다. 미 금융기업 웰스 파고는 “2026년 1분기 달러 대비 헤알화는 달러당 7헤알까지 도달할 수 있다”며 “이는 현재 수준에서 13% 하락한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더해 헤알화 약세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브라질중앙은행(BCB)이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채권 투자자의 평가손실이 커질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하락하기 때문이다. 박준우 KB증권 연구원은 “3년 만기 브라질 국채는 4분기 들어 시장 금리가 오른 데 따른 자본손실(4.8%)이 이자수익(2.5%)을 압도했다”고 했다.
현재 브라질 기준금리는 연 12.25%다. 전병하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브라질 현지 투자자들은 올해 연말까지 연 14%의 기준금리를 예상하기 시작했고, 정부와 시장 간 싸움이 이어진다면 더 높은 수준까지도 볼 수 있다”고 했다. 전 연구원은 “지금 브라질 국채를 매수하는 것은 떨어지는 칼날을 잡는 것과 비슷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