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외환 위기 이후 코스피가 2년 연속 하락한 적은 없다”, “현재 코스피는 가장 저평가된 상태다.”

올해 첫 증시 개장일인 2일 일부 국내 증권사들이 이 같은 내용의 코스피 낙관론을 쏟아냈다. 지난해 트럼프 리스크, 계엄·탄핵 사태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코스피는 9.6%, 코스닥은 21.7% 하락했다. 코스피 월간 등락률도 7월 이후 6개월 연속 하락해 16년 만에 최장기 하락세를 보였다.

그러나 증권가 일각에선 작년과 달리 올해는 국내 주식 시장이 회복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그 근거는 화학·철강·방산 등의 업종에서 중소형주가 좋은 실적을 낼 것으로 보이며, 상반기에 국내외 불확실성이 차례로 해소될 경우 저평가된 국내 증시의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다만, 주요 증권사 12곳의 올해 코스피 전망을 보면, 코스피 범위 하단을 최저 2250(NH투자증권, iM증권)까지도 본다. 현재보다 6% 넘게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날 코스피는 0.02% 떨어진 2398.94에 마감해 2400선 회복에 실패했다.

◇증권가, 코스피 회복론 솔솔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2일 보고서에서 “지난해 대내외 악재가 증시에 상당 부분 반영돼 추가적인 하방 압력은 제한되고 있다”며 “올해 악재가 하나하나 해소되는 구간에서 미국 증시 대비 국내 증시의 상승 탄력이 오히려 더 클 수 있다”고 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코스피·코스닥 양 시장이 모두 연간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다음 해에는 평균 각각 25.3%, 19.8%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도 “지난해 코스피, 코스닥 모두 하락했지만,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코스피가 2년 연속 하락한 경우는 한 차례도 없었다”고 했다. 박 연구원은 “달러 강세가 여전해 비관적 견해가 팽배하지만 올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저가 매수 기회를 탐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이유”라고 했다.

그래픽=김현국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달러당 1480원대로 급등했던 원화 환율에 대해 “원화 가치 하락은 지나칠 경우 되돌림이 있어왔고, 이 과정에서 주식 시장도 동반 상승했다”며 “지금은 원화와 코스피가 가장 저평가된 상태일 수 있다”고 했다.

◇올해 중소형주 주목 가능성

증권가에서는 “올해 실적 개선 기대감이 큰 조선, 기계 업종 등에서 중소형주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반도체, 이차전지 종목에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집중되며 코스피 대형주들은 휘청였지만 중소형주들은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종목으로 구성된 ‘코스피200 톱10′ 지수는 1년간(지난달 30일 기준) 8.37%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코스피200 중 시가총액 하위 100종목의 주가 흐름을 보여주는 ‘코스피200 중소형주’ 지수는 2.46% 올랐다.

코스피200 중소형주 지수는 HD현대미포, 효성중공업, 키움증권 등 방산·조선주나 금융주 등으로 구성되는데,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 프로그램과 높은 실적 기대감 등이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3월 공매도(차입 주식 매도) 재개와 기업들의 이익 둔화로 중소형주 장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일반적으로 공매도 거래 대금이 많을수록 대형주 위주로 숏포지션(가격 하락을 예상한 매도)이 증가하고 그 외 종목에는 롱포지션(가격 상승을 기대한 매수)이 포진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트럼프 취임발 충격은 우려

다만, 오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 이후 코스피가 단기적으로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부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기 등이 수출 기업들에 타격을 주고 주식 시장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증시 출렁임에 대응하는 투자 전략으로 “증시 하락기에도 수익률이 좋았던 기업, 수급 주체가 될 기관이 선호하면서 배당수익률이 높은 기업에 대한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