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달리3

천연가스 선물 가격의 변동 폭이 커지면서 이를 추종하는 상장지수증권(ETN) 투자자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특히 일일 상승률을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N과 일일 하락률을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인버스(곱버스) ETN 투자자는 모두 장기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나타났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한 블룸버그 2X 천연가스 선물 ETN은 이날 오후 2시 50분 코스피시장에서 7130원에 거래됐다. 전 거래일보다 1.18%(85원) 하락했다. 지난달 40% 넘게 올랐던 주가는 올해 들어서 10% 넘는 내림세로 전환했다.

삼성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 C, 한투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 B, KB 블룸버그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 대신 S&P 2X 천연가스 선물 ETN B 등도 같은 기간 비슷한 하락률을 기록 중이다.

반대로 지난달 30일에는 천연가스 가격이 뛰면서 삼성 인버스 2X 천연가스 선물 ETN C, 대신 S&P 인버스 2X 천연가스 선물 ETN, 한투 블룸버그 인버스 2X 천연가스선물 ETN 등 곱버스 ETN들이 일제히 18% 넘게 급락했다. 이후 소폭 반등했지만, 낙폭을 복구하지 못하고 있다.

천연가스 가격이 매일 위아래로 큰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오는 2월 인도분 천연가스 선물은 지난달 30일과 31일(현지시각) 장 중 100만BTU(영국 열량 단위)당 4달러 선을 웃돌며 약 2년 만에 최고가를 찍었다. 이달 들어서는 3.5달러대로 10% 넘게 하락했다.

최근 1년 수익률로 보면 천연가스 레버리지와 곱버스 ETN 모두 평가손실률이 40%가 넘는다. 이들 ETN이 일일 수익률을 추종하는 만큼 ‘음의 복리효과’가 나타난 영향이다. 천연가스 가격을 100원으로 가정했을 때 하루 10% 내렸다가, 이튿날 10% 오르면 99원이 된다. 2배 추종하는 레버리지는 96원이 된다. 2배 추종하지만 일반 상품보다 손실률은 4배인 셈이다.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 또는 하락으로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레버리지·곱버스 투자로 높은 수익률을 노려볼 수 있지만, 최근처럼 등락을 반복하면 손실 가능성이 커진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레버리지·곱버스 상품을 장기 투자하지 말라는 이유도 결국 음의 복리효과 때문”이라고 했다.

유럽과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 흐름이 다른 점도 주목해 봐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유럽 TTF(Title Transfer Facility) 천연가스 가격은 메가와트시당 50유로에 육박하며 2023년 11월 이후 최고치다. 우크라이나를 거쳐 유럽으로 향하는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이 새해 초부터 막힌 데다가, 노르웨이 함메르페스트 액화천연가스(LNG) 시설도 압축기 고장 여파로 가동이 일시 중단된 영향이 컸다.

미국 천연가스 가격도 동부 지역과 중부 지역을 중심으로 전례 없는 한파가 예고되면서 지난달에는 가파르게 올랐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내림세로 돌아섰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천연가스와 원유 생산량 확대를 예고해 왔기 때문이다. 국내 ETN이 추종하는 천연가스 가격이 미국 기준인 만큼 가격이 급등락을 반복해 이익을 보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과 아시아와 달리 미국 천연가스 가격의 상승 여력은 제한적이라고 예상된다”며 “천연가스 관련 투자는 LNG 수출 시장에 집중할 것을 권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