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이 투자 지표로 삼는 대표적인 지수인 MSCI ACW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세계 지수)에서 한국 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1% 미만으로 하락하며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MSCI ACWI는 선진 23국, 신흥 24국 등 47국의 약 2900종목으로 구성돼 있다.
7일 이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iShares MSCI ACWI 상장지수펀드(ETF)’에서 한국 비중은 1% 미만으로 줄어들며 ‘기타 국가들(others)’로 분류됐다. 한국 비중은 2011년 2.6%에서 2021년 1.48%, 지난해 1.25%로 감소해왔다. 이 지수는 비중이 1% 미만인 기타 국가들 명단은 공개하지 않는다. 1%를 넘는 국가는 미국, 일본, 영국, 캐나다, 중국, 프랑스, 스위스, 인도, 독일, 대만, 호주 등 11곳이다. 박진환 파인만자산운용 대표는 “세계 10대 무역 국가인 한국 증시가 MSCI ACWI에서 비중이 축소돼 소외된 것은 보기 드문 일”이라며 “현재 한국 비중을 0.8~0.9%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체력에 비해 금융 시장이 홀대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비중이 축소된 것은 코스피가 월간 기준으로 6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삼성전자 등 한국 대장주들의 시가총액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코스피가 6개월 연속 떨어진 것은 2000년 닷컴버블(거품) 붕괴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글로벌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했던 2021년에도 코스피 하락은 5개월 연속에 그쳤다. 글로벌 증시가 동반 침체했던 2000년이나 2008년과 달리 지난해는 글로벌 증시 상승에도 불구하고 한국 증시만 소외됐다.
최근 1년간 미국 나스닥 지수는 33.8%, 대만 자취안 지수는 34%, 인도 센섹스는 9.7% 오르는 동안 한국 코스피는 약 3% 하락했다. 한국 비중이 낮아지는 동안 미국은 61.12%에서 66.78%로 5.66%포인트, 대만은 1.78%에서 1.91%로 0.13%포인트, 인도는 1.40%에서 1.91%로 0.51%포인트 증가했다. 종목별 비중은 애플이 4.75%, TSMC가 1.03%, 삼성전자가 0.22%다. 이 외에도 한국 기업으로는 금호석유화학, 롯데케미칼, 한진칼, 포스코인터내셔널 등이 있다.
박 대표는 “삼성전자의 비중 축소 외에도 한국 주력 기업이 경기 민감주(화학·정유·철강 등)가 많고 인공지능(AI) 선도 경쟁에서 대만과 비교해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점이 비중 축소 요인이 됐다”며 “한국의 공매도 금지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다양한 투자 전략 구사를 막음으로써 한국 증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게 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