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를 엔화로 바꿔 예금하는 ‘엔화 예금’에서 자금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일본은행(BOJ)이 3회 연속으로 금리를 동결하면서 엔화 가치 상승 속도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된 결과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은 1조214억엔을 기록했다. 지난해 6월(1조2929억엔)과 비교하면 예금 잔액이 반년 만에 21% 줄었다.
엔화 예금 잔액은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엔테크(엔화+재테크)’ 열풍이 불며 크게 증가했다. 당시 100엔당 원화 환율이 900원을 밑돌면서 엔화 가치가 3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최근 10년간 100엔당 원화 환율 평균치는 1014.3원 수준이었다.
시장에서는 원화 대비 엔화 가치의 상승 여력이 크지 않다고 보고 차익 실현 수요가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마이너스 금리’ 시대를 끝내면서 금리를 인상했다. 국내 정치적 상황에 따른 원화 가치 하락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00엔당 900원을 밑돌았던 엔화 가치는 비상계엄 선포부터 탄핵 사태까지 정치 불안이 이어지면서 970원대까지 오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