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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상속세 대상이 확대되면서 상속·증여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자녀 대상으로 증여 계획을 짜는 젊은 부모도 많아졌다. 또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 준비로 가업 승계에 대한 문의도 늘고 있다. 새해를 맞이해 가족·세대 간 부의 이전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을 살펴보자.

◇증여 재산 공제 활용

자녀가 어린 부모라면 자녀 명의로 소액부터 저축하고, 금융 교육도 시작해 보길 추천한다. 미성년 자녀가 있다면 증여 재산 공제 금액을 활용해 10년간 2000만원까지 증여할 수 있다. 목돈이 없어 한 번에 증여하기 부담 된다면, 매월 18만원 정도를 적립식으로 나눠 증여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유기정기금 제도는 자녀에게 꾸준히 분할해서 증여하는 제도로, 처음 증여 시점에 목돈을 일시불로 납부한 것으로 인정해 준다. 또 매년 받을 금액을 현재 가치로 할인한 금액의 합계로 평가해 증여 재산 금액을 정하기 때문에, 꾸준히 나눠서 증여하면 실질적으로 증여 가액을 늘릴 수 있다. 예를 들어, 2000만원을 10년간 나눠 증여한다면, 현재 3% 할인율이 적용돼 2000만원을 120개월로 나눈 매월 16만7000원이 아닌 매월 18만9000원까지 비과세로 증여 가능하다.

그래픽=이진영

이렇게 증여한 돈을 적금, 적립식 펀드를 활용해 운용하면 10년 후에는 원금 2000만원 이상 금액으로 불어날 수 있다. 저축 습관과 함께 복리 효과에 대해 교육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증여세가 면제되는 범위라고 하더라도, 최초 증여 시점에 증여세 신고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혼인·출산 증여 재산 공제

자녀가 성년이라면 혼인·출산 증여 재산 공제를 활용해 보자. 자녀가 성년이 되면 증여 재산 공제 금액이 5000만원으로 늘어난다. 공제 한도는 10년마다 합산해, 민법상 성인이 되는 만 19세에 5000만원, 그 이후 10년마다 5000만원씩 공제 한도 내에서 증여가 가능하다.

결혼을 앞둔 자녀가 있다면 성년 자녀 공제 한도 5000만원 외에도 새로 도입된 혼인 증여 재산 공제를 통해 1억원을 추가로 공제받을 수 있다. 신랑과 신부 각각 성년 자녀 공제 금액 5000만원과 혼인 증여 재산 공제 1억원을 받으면 총 3억원의 자금을 증여세 없이 마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픽=이진영

출산의 경우에도 동일한 공제 금액이 적용된다. 자녀 출생일로부터 2년 이내 직계존속에게 증여받는 재산에 한해 최대 1억원까지 공제 가능하다. 다만 혼인 공제와 출산 공제는 동시에 받을 수 없으므로, 각 가정 상황에 맞춰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가업 승계 사전 준비

한편, 60세 이상 사업가들의 고민은 더욱 복잡하다. 오랜 기간 공들여 키운 회사이기에 애착이 큰데, 정년이 있는 게 아니다 보니 은퇴 계획을 세우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조업 중소기업 경영자 가운데 60세 이상 비율이 2012년 14%에서 2022년 34%까지 증가했다. 사업가가 은퇴할 때 고려할 수 있는 두 가지 방안은 자녀 등 가족에게 기업을 승계하거나, 회사 지분을 매각해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하는 방법이다.

그래픽=이진영

먼저 자녀 승계의 경우 많이 하는 고민이, 과연 내 자녀들이 회사를 물려받을 준비가 되었는지 여부다. 가족 간 적극적인 소통으로 승계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승계는 누가 언제 어떻게 할지에 대해 상의하여 먼저 승계 대상자를 정해야 한다. 대상 자녀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경영 참여를 통해 사업에 대한 이해와 재무적 지식을 쌓고, 관련 업계 및 협회 네트워킹, 자산 관리 교육 등을 통해 리더십, 문제 해결력, 네트워크 등 소프트 스킬(Soft Skill·연성 능력) 측면에서도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씨티 패밀리오피스 설문 조사에 따르면, 가문 관리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이 금융 자산 관리, 그다음이 가문의 연속성이라고 한다. 가족 내 금융 자산, 사업 등 물질적 자산뿐 아니라 부모 세대의 경험, 가족의 가치, 사회적 책임 등 정신적 자산을 함께 물려준다면 가족의 자산 관리, 사업의 연속성이 공고해질 것이다.

승계를 위해 경영 참여뿐 아니라 회사 주식을 증여한다면, 가업 승계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제도를 활용해 볼 수 있다. 가업 승계 과세 특례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증여세 산출 시 공제 금액은 10억원, 세율은 10~20%로 적용 가능하니, 관련 사전·사후 요건을 미리 검토하여 준비해야 한다.

◇지분 매각으로 자산 유동화

은퇴를 위해 회사 지분 전체 또는 부분 매각을 고려하는 것도 방법이다. 안정적인 성과와 인력 구성 등 사업성을 검증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면, 기업 실사·매수자 발굴·매각 조건 협상 등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먼저 회사의 재무제표 기반 가치를 파악해 보고, 최근 거래된 지인 또는 동종 업체의 매각가를 파악하는 등 회사 가치에 대한 기준을 두는 것이 좋다. 준비 과정에서 객관적인 회계법인의 실사를 통해 매각 가격 범위가 정해지고, 매수자와 매도자 간 가격 협상을 통해 최종 마무리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본인의 기준 대비 제시 가격이 차이가 난다면 근거를 파악하여 협상을 통해 서로 합의점을 도출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인내심을 갖고 객관적으로 판단하며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회사 매각은 2~3년 혹은 더 길게 걸릴 수 있는 만큼, 미리 계획하여 준비해야 한다. 기업 간 매수·매도 외에도 전문 경영인으로 운영하고 주주로만 남거나, 사모 펀드(PEF)를 통한 회사 매각 또는 승계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최인희 한화생명 상속연구소장/한화생명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