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달리3

‘서학개미(미국 주식 개인 투자자)’가 꾸준히 사들였던 미국 양자컴퓨터 종목의 주가가 급락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양자컴퓨터 상용화까지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한 영향이다. 미국 양자컴퓨터주 주식에서 국내 투자자 비중이 커 주가 하락에 따른 여파도 클 전망이다.

KOSEF 미국양자컴퓨팅 상장지수펀드(ETF)는 8일 오전 10시 25분 코스피시장에서 1만원에 거래됐다. 전날보다 주가가 3.8%(395원) 하락했다. 장 초반 주가가 9695원까지 밀리기도 했다.

이 ETF는 양자컴퓨터 관련 미국 20개 종목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밤사이 뉴욕증시에서 양자컴퓨터 종목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ETF 가격도 끌어내렸다. KOSEF 미국양자컴퓨팅 투자 비중은 아이온큐(IONQ)가 30.91%로 가장 크고, 마벨 테크놀로지 그룹, 엔비디아, 허니웰 인터내셔널 등을 담고 있다.

미국 뉴욕증시 7일(현지시각) 정규장에서 아이온큐 주가는 전날보다 -2.9% 하락했다. 퀀텀 컴퓨티(QUBT) -3.32%, 리케티 컴퓨팅(RGTI) -5.74%, D-웨이브 퀀텀(QBTS) -6.46% 등도 주가 약세를 보였다. 일차적으로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지난해 12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시장 전망치를 웃돌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해 채권 금리가 뛰었기 때문이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다시 4.7% 선을 눈앞에 뒀다.

황 CEO의 발언이 내림세에 기름을 부었다. 그는 7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글로벌 기자간담회에서 “양자컴퓨터 기업과 협업하고 있지만 유용한 수준의 제품이 나오기까지 30년이 걸릴 수 있다”며 “15년 뒤에야 초기 단계의 제품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CEO의 발언 이후 양자컴퓨터 관련 종목의 낙폭은 더 커졌다. 장 마감 후 거래(After-Market)에서 아이온큐는 종가보다 10.73% 더 내렸다. 퀀텀 컴퓨팅과 리케티 컴퓨팅, D-웨이브 퀀텀 역시 두 자릿수 주가 하락률을 나타냈다.

양자컴퓨터는 서학개미가 집중적으로 사들인 종목이다. 지난 6일 기준 국내 투자자는 아이온큐 주식 32억3029만달러(약 4조7000억원) 보유 중인데, 아이온큐 시가총액의 30%가 넘는다. 같은 날 리케티 컴퓨팅 주식도 시가총액의 16% 수준인 7억5108만달러(약 1조900억원)를 보관 중이다.

그동안 양자컴퓨터 주가가 가파르게 올랐던 만큼 이날 낙폭에도 여전히 서학개미의 평균 매수가보다 주가가 높은 수준이다. 네이버페이 ‘내 자산 서비스’에 계좌 정보를 연동한 아이온큐 투자자 3만6140명의 평균 수익률은 78.8%에 달한다.

다만 주가가 내림세를 이어갈 경우 손실 투자자 비중도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아이온큐와 리케티 컴퓨팅은 투자자의 20%가량이 손실 구간에 들어섰고, D-웨이브 퀀텀과 퀀텀 컴퓨팅은 손실 투자자 비중이 40%대에 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