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차 직장인 박모(29)씨는 1년 전 남자 친구와 모임 통장을 만들고, 이른바 ‘데이트 통장’으로 쓰기 시작했다. 모임 통장은 동호회 등에서 회비를 걷는 용도로 은행들이 제공하는 통장이다. 연봉 4000만원대인 두 사람은 매달 급여일마다 30만원씩 통장에 붓는다. 이들은 영화 관람, 식사 등 같이 쓰는 데이트 비용은 모임 통장으로, 깜짝 선물 같은 것은 각자 계좌에서 결제하고 있다. 박씨는 “누가 더 돈을 많이 내는지 따지지 않아도 되고 결제 내역을 보면 데이트 패턴도 파악할 수 있어 재미있다”고 말했다.
◇2030 필수템 된 데이트 통장
최근 박씨 커플 같은 2030세대 사이에서 일종의 공동 계좌인 모임 통장을 데이트 통장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과거엔 각자 카드를 번갈아 쓰거나 계산한 사람이 카톡으로 송금을 요청하는 방식이었다. 더 이전에는 한쪽이 데이트 비용을 전부 부담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처음부터 공동 통장을 만들어 관리하는 추세다.
본지는 카카오뱅크와 함께 작년 11월 12일부터 12월 12일까지 1개월간 ‘데이트’ 목적으로 개설된 모임 통장을 분석했다. 카카오뱅크 모임 통장은 계좌를 개설할 때 데이트·가족·스터디·여행 등의 카테고리를 선택할 수 있다. 시중은행들도 모임 통장을 출시하고 있지만, 카카오뱅크 모임 통장은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과 연계돼 대표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카카오뱅크 모임 통장은 올해 3분기 기준 순이용자 1100만명에 달한다.
◇20대, 10명 중 6명은 여자가 모임주
8일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모임 통장 개설 목적 유형을 보면, 데이트 통장이 총 10항목 중 4위를 차지했다. 친목(30.1%), 가족·생활비(24.9%), 여행(17.9%), 데이트(10.5%) 순이다. 개설된 10좌 중 1좌는 데이트 통장인 셈이다.
데이트 통장 이용자는 2030이 약 90%로 대다수였다. 10대가 5.9%, 20대가 58%, 30대가 27%다. 40대·50대도 각각 6.8%, 2.0%였다. 데이트 외에 스터디·가족 등으로 분류된 모임 통장은 연령대가 고루 분포한 반면, 데이트 통장은 유독 2030세대가 많이 쓰는 경향을 보였다. 데이트 통장을 관리하는 모임주는 전 연령대에서 여성 비율이 높았다. 20대는 10명 중 6명이 여성 모임주였다.
주목할 점은 통장 주인과 상대방 모두 자금 관리에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데이트 통장은 주관리자(모임주)와 참여자(모임원) 간 로그인 빈도 차이가 다른 목적의 모임 통장보다 훨씬 적었다. 일반 모임 통장은 모임주의 월평균 로그인 횟수는 22.2회, 모임원은 14.1회로 약 8.1회 차이가 났다. 특히 스포츠·동아리 등 목적의 모임 통장은 그 차이가 11회까지 벌어졌다. 반면 데이트 통장은 모임주가 21.9회, 모임원이 16.4회로 차이가 5.5회에 그쳤다.
◇평균 데이트 비용 31만원, 월평균 10번 긁는다
데이트 통장은 다른 모임 통장에 비해 잔액은 적지만 결제가 매우 빈번했다. 데이트 통장의 월평균 잔액은 약 31만원으로, 전체 모임 통장의 월평균 잔액(75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이 통장은 돈을 모으는 용도가 아니라 대체로 비용을 나눠내는 용도인 것을 감안하면 이를 월 사용액으로 봐도 된다.
데이트 통장 결제 건수는 한 달 약 10.3건으로, 전체 모임 통장 평균 결제 건수(4.8건)의 2배 이상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일정 금액을 입금해 데이트를 할 때마다 바로바로 사용하는 데이트 통장의 특성이 엿보인다”고 했다.
특히 최근엔 단순 데이트 비용을 넘어 다양한 목적으로 통장을 활용하는 커플도 늘고 있다. ‘결혼 준비 통장’, ‘커플 여행 통장’처럼 장기 목표를 위해 따로 모으거나, ‘헤어지면 다 네 거’와 같은 별칭을 붙여 재미를 더하는 사례도 있다.
☞모임 통장
모임 통장은 2명 이상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계좌로, 회비를 모아 친구·연인·가족·동아리 등 각종 모임의 지출을 관리하는 금융 상품이다. 2018년 카카오뱅크가 처음 출시했는데, 인터넷 은행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시중은행들도 잇따라 내놓으면서 이용자가 늘고 있다. 계좌주가 입출금 내역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투명한 자금 관리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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