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실질금리가 계속 오르는 게 이슈가 될 것입니다. 주요 선진국도 기록적인 부채의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부채 연구의 대가’로 꼽히는 금융 석학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본지 이메일 인터뷰에서 올해 실질금리(시장금리와 물가 상승률의 차이) 상승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최근 미국 국채 20년물의 금리가 2023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연 5%를 넘는 등 이미 시장금리 상승세가 가파르다.
그는 현재 미국이 나 홀로 성장을 하는 이유 중 하나로 대규모 재정 지출을 꼽으며, 지금은 성장 동력일 수 있어도 부채 증가와 인플레이션을 부추겨 장기적으로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미국 연방정부 부채는 약 35조 달러 수준이다. 미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GDP(국내총생산) 대비 미국 국가 부채 비율은 현재 96%에서 2030년 106%에 이르면서 2차대전 때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나 홀로 성장은 어떻게 보나.
“미국 경제를 떠받치는 세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사상 최대를 기록한 재정 적자다. 이는 단기적으로 도움이 되지만, 부채와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장기적으로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둘째, 투자 증가와 생산성 향상 등을 이끄는 인공지능(AI)이다. 셋째, 기록적인 불법 이민자인데, 장기적으로 사회적·경제적 부담이 될 수 있다.”
-트럼프 정부 2기는 어떻게 보나.
“워싱턴 정치인들은 초저금리에 취해 있었다. 이제 우리는 보다 정상적인 금리 시대에 살고 있다. 트럼프는 포퓰리즘적 정책으로 세금 감면을 공약했다. 하지만 이를 지키는 것은 매우 어렵다. 관세 수입으로 세수 감소를 메우겠다고 하지만, (세수가) 부족할 것이다.”
-미국에서 부채 위기가 가시화될 가능성은.
“올해 실질금리가 계속 오르는 것이 이슈가 될 것이다. 주요 선진국도 기록적인 부채의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각국이 재정 정책을 상당히 조정하지 않는 한, 중앙은행에 (금리 인하라는) 엄청난 압박을 가할 것이다. 선진국은 돈을 찍어내 부채를 상환할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을 초래하는 방법이라 쉽지는 않다. 인플레이션 기대가 상승하면 장기 실질금리는 더 높아질 것이다.”
-다른 국가는 어떨까.
“현재 가장 금융 위기에 취약한 선진국은 일본이다. 일본은행(BOJ)이 금리를 조금씩 올리고 있지만, 더 큰 폭으로 올리면 은행과 보험회사 등에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신흥 시장에서 높은 글로벌 금리는 GDP(국내총생산)의 10%에 달하는 재정 적자를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브라질과 같은 나라에 큰 압박을 가할 것이다.”
-트럼프 2기, 연준의 과제는.
“현재 금리 수준이 트럼프 때문이라는 주장에는 전적으로 반대한다. 해리스가 당선됐더라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과다한 부채, 포퓰리즘, 방위비 증가 필요성 등이 실질금리를 올리고 있다. 물론 트럼프 특유의 변덕스러움과 예측 불가능한 재정 정책이 예측 가능한 통화 정책을 수행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 것이다.”
-강달러는 뉴노멀(새로운 표준)인가.
“일반적으로 환율을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중요한 예외가 있다. 한 나라의 통화 가치가 국내외 가격 수준을 감안할 때 매우 높은 수준에 도달할 경우다. 이때는 미래에 통화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상승할 가능성보다 더 높아진다. 현재 미국 달러 가치는 1985년과 2002년에만 관찰된 수준으로 매우 높다. 두 경우 모두 이후 상당한 하락이 있었다. 앞으로 2년간 달러 가치가 10~15% 하락할 것으로 본다.”
-한국의 정치적 위기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보나.
“현재까지 한국의 제도는 강력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투자자 신뢰 회복도 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나 많은 다른 국가처럼, 한국도 진보 정치가 지배적이었던 시기의 과도한 정책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장기적 성장을 위한 건전한 정책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케네스 로고프
미국의 유명 경제학자로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로 있다. 예일대에서 경제학 학사, 석사 학위를,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1~2003년 국제통화기금(IMF)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냈다. 2009년 펴낸 대표 저서인 ‘이번에 다르다’는 800년간 66국에서 일어난 금융 위기를 분석해 주목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