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작년 증시 부양을 위해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을 시행하면서 5월부터 밸류업 공시 권고를 시작했는데, 이후 작년 말까지 코스피, 코스닥에서 100곳 넘은 상장사가 밸류업 예비 공시나 공시를 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런데 밸류업 계획을 공시한 코스피 상장사의 지난해 평균 주가 상승률은 코스피 지수를 15%포인트나 웃돈 것으로 조사됐다.

또 ‘밸류업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지난해 상장사의 자사주 매입이 전년보다 10조원 넘게 증가, 관련 자료 집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양진경

◇자사주 매입 역대 최대

9일 거래소는 ‘2024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결산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자사주 매입 규모는 전년(8조2000억원) 대비 129% 증가한 18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자사주 매입액은 거래소 시스템상 관련 데이터가 있는 2009년 이후 최고치다. 자사주 소각 규모도 2023년 4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13조9000원으로 190% 증가했다. 이는 삼성전자의 대규모 자사주 소각이 있었던 2017년 이후 최대 규모다. 현금 배당 역시 전년 대비 6.3% 증가한 45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밸류업 참여 기업들의 주가는 다른 기업들에 비해 선방했다.

거래소에 따르면, 밸류업 공시가 시행된 이후 작년 말까지 밸류업 공시를 한 상장사는 코스피 83사, 코스닥 11사로 총 94사다. 예비 공시만 한 경우는 코스피 2사, 코스닥 6사다.

밸류업 공시를 한 기업들의 연초 대비 작년 말까지 평균 수익률은 3.2%다. 특히 코스피 공시 기업의 주가는 연초 대비 평균 4.9% 상승해, 작년 한 해 코스피지수 수익률(-9.6%)을 15%포인트나 초과했다. 코스닥 공시 기업의 경우 주가수익률이 -9.4%로 저조했지만, 이 역시 코스닥지수 수익률(-21.7%) 대비 약 12%포인트 선전한 것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대형사 중심으로 밸류업 공시에 나서면서 시가총액 1조원 이상 기업 비율이 63%(64사)에 달했다”며 “코스피의 경우 시가총액 41%에 해당하는 상장사가 밸류업 공시를 마쳤다”고 말했다.

◇밸류업 공시 기업 증가 추세

지난해 5월 밸류업 공시 제도를 시행한 이후 공시 기업 수는 5월 2사, 6월 1사, 7월 3사, 8월 3사, 9월 5사 등에 그쳤으나 10월 18사, 11월 28사, 12월 34사로 연말로 갈수록 참여 기업이 늘었다. 초기에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금융 업종의 공시 비중이 높았으나 이후 자본재(기계 등) 등 다양한 업종으로 참여가 확대됐다. 작년 말 현재 업종별 밸류업 공시 참여 비율은 자본재 22%, 은행·금융서비스 19%, 자유소비재 유통 및 소재 8% 순으로 집계됐다.

거래소에 따르면 기업들은 주주 환원 제고(89%·중복 집계), 자본 효율성 개선(73%), 성장성 향상(49%), 시장평가 개선(31%) 순으로 밸류업 계획 목표를 수립했다.

◇거래소 “밸류업 우수 기업 선정”

거래소는 이날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 2년 차를 맞는 올해도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 노력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선 1분기(1~3월) 중 밸류업 우수 기업 표창 평가 기준을 만들어, 5월에 밸류업 우수 기업 표창을 수여하기로 했다. 표창 기업은 모범 납세자 선정 우대, R&D(연구·개발) 공제 사전 심사, 법인세 감면 컨설팅, 부가·법인세 경정청구 심사 등 5종의 세정 지원을 받게 된다. 또 주기적 지정 감사 유예 심사 시 가점 부여, 감리 제재 조치 시 감경 사유로 고려, 거래소 연간 부과금 면제, 거래소 공동 기업설명회(IR) 우선 참여 기회 제공 등의 인센티브를 줄 계획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오는 6월 밸류업 지수 정기 변경 시 표창 기업 특례 편입과 공시 기업 편입 우대 등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공동 IR 개최 등을 통해 밸류업 공시 기업에 대한 투자 확대 지원도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