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설치된 ATM기기에서 시민들이 은행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신한은행이 오는 14일부터 가계대출 상품의 가산금리를 최대 0.3%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지난해 3분기 이후 가계대출 수요 억제를 명분으로 대출 가산금리를 계속 올려온 은행들이 약 반년 만에 금리 수정에 나서는 것이다. 나머지 주요 시중은행들도 그동안 임의로 덧붙인 가산금리를 줄줄이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번 주 가계대출 상품의 가산금리를 최대 0.3%포인트 낮출 예정이다. 상품별 인하 폭 등 세부 내용은 주초에 확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대출 금리가 0.3%p 인하될 가능성이 높다.

은행의 대출 금리는 은행채 금리와코픽스(COFIX) 등 시장·조달금리를 반영한 ‘지표(기준)금리’와 은행들이 임의로 덧붙이는 ‘가산금리’로 구성돼 있다. 은행들은 가산금리에 업무원가·법적비용과 위험 프리미엄 등이 반영된다고 설명하지만, 주로 은행의 대출 수요나 이익 규모를 조절하는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7월 은행채 3년·5년물 금리를 지표로 삼는 가계대출 상품의 금리를 0.05%포인트씩 올린 것을 시작으로 이후 꾸준히 가산금리를 높여왔다. 주요 시중은행들도 이 같은 기류에 편승해 가산금리 폭을 올려왔다. 이는 지난해 3분기 이후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 구입)’ 열풍이 가계대출 급증으로 이어지자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수요 억제 조치를 강하게 주문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5대 은행의 가계 예대금리차가 모두 1%포인트를 넘어섰다. 이는 2023년 3월 이후 1년 8개월 만에 처음이고, 개별 은행 내부 시계열에서도 10~21개월 만에 최대 수준이다. 지난해 10월과 11월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두 차례, 0.50%포인트 인하되고 시장금리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은행들이 예금(수신) 금리만 낮추고, 가계대출 관리를 이유로 대출 가산금리를 낮추지 않은 결과다.

신한은행이 먼저 대출 가산금리를 내리면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은행도 이를 외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리를 낮춘 은행에 가계대출 수요가 몰려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가계대출 규모가 점차 줄어들 기미를 보이고 있어 경쟁 관계에 있는 은행들의 금리 정책 변화에 따른 눈치싸움이 본격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9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33조7690억 원으로, 지난해 말(734조1350억 원)보다 3660억 원 줄어들었다. 만약 해당 규모가 줄어든다면 2023년 3월(-2조2238억 원) 이후 8개월 만의 첫 감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