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15회 K-뷰티엑스포 코리아'에서 외국인 참관객이 참가업체 직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뉴스1
역대 화장품 수출액(단위:억 달러).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이 기사는 2025년 1월 9일 13시 29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 K뷰티 브랜드 매물이 쌓이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K뷰티 열풍에 중소·인디 브랜드 창업자 대표들이 잇따라 엑시트를 택하면서다. 화장품 M&A 시장이 공급이 많은 바이어스마켓(구매자 시장)으로 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중소·인디 브랜드들이 대거 경영권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매각 자문사를 선정하고 잠재 인수 후보 물색에 나선 이즈앤트리 외에 미팩토리, 듀이트리, 트렌드메이커 등의 경영권 지분이 매물로 나왔다.

미팩토리는 K뷰티 브랜드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 자회사로, 에이블씨엔씨 대주주인 사모펀드 IMM PE가 인수 7년여 만에 매각을 택했다. ‘달팽이크림’으로 유명한 듀이트리, 비건 브랜드 ‘디토’ 운영사 트렌드메이커도 최근 매각 자문사를 선정했다.

이들 브랜드는 최근 K뷰티가 제2의 전성기를 맞자 이른바 ‘물 들어올 때 노 젓자’식 지분 매각을 타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과거 중국의 외면으로 한 차례 침체를 겪었던 K뷰티가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자 투자업계가 먼저 주목하면서다.

실제 한국 화장품은 미국에서만 지난해 2조원가량 팔리면서 판매액 기준 미국 수입 화장품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2023년까지 미국 화장품 시장을 장악했던 프랑스를 넘어섰다. 아울러 작년 K뷰티 수출액은 사상 첫 100억달러 돌파를 이뤘다.

조선비즈가 중소·중견기업 M&A 자문 전문기업 MMP와 공동으로 K뷰티 브랜드 M&A 현황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 총 15건 거래가 성사됐다. 지난해 초 지피클럽의 ‘코디’ 인수를 시작으로 사모펀드 모건스탠리PE의 ‘스킨이데아’ 인수 등이 잇따라 성사됐다.

시장에선 올해 K뷰티 M&A는 지난해 15건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K뷰티 브랜드 창업자 다수를 차지하는 1980~1990년대생들이 최근 K뷰티 인기에 일단 매각을 타진하고 있어서다. 현재 매물로 나온 이즈앤트리, 트렌드메이커 등이 대표적이다.

K뷰티 매각 자문을 주로 하는 회계법인 한 관계자는 “해외 매출 비중이 높고, 브랜드 창업자 대표가 1980~1990년대생인 브랜드를 중심으로 매물이 늘고 있다”면서 “주변 창업자들의 엑시트 사례를 보면서 당장의 현금화를 고민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K뷰티 브랜드 매물 대부분이 창업 후 10년을 넘지 않는 인디 브랜드라는 점도 M&A 거래 건수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빠른 엑시트를 노리는 창업자 대표와 성장 중인 브랜드를 인수해 상품군 확장 등의 방식으로 몸값을 키우려는 인수자의 의지가 맞아떨어져서다.

또 이들 브랜드는 모두 한국콜마나 코스맥스 등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를 등에 업었다. 브랜드 경쟁력이 생산성이 아닌 어떤 제품을 기획해 내는가로 갈음되는 셈이다. 현재 브랜드 매각 추진 창업자 대부분은 매각 후 재창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K뷰티 대표기업으로 꼽히는 ‘조선미녀’ 운영사 구다이글로벌과 ‘어성초 토너’로 잘 알려진 ‘아누아’ 운영사 더파운더즈도 잠재 매물로 꼽힌다. 각각 2016년, 2017년 설립된 브랜드로 창업자 대표도 모두 1980~1990년대생으로 파악됐다.

화장품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K뷰티 성장을 이끄는 인디 브랜드 다수는 화장품 사업의 출발이 애초에 좋은 돈벌이였다”면서 “잘될 때 팔고 싶은 마음이야 어쩔 수 없지만, 브랜드 난립으로 K뷰티 인기가 한순간 식어버릴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