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올해도 임금 인상과 성과급 잔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국민은행을 제외한 은행들의 임금인상률은 2.8%로 지난해 2%에서 0.8%포인트 더 올랐습니다. 임금 조정이 마무리 중인 국민은행도 비슷하게 결정될 것 같습니다. 은행마다 차이는 있지만, 200%대의 성과급, 150만~200만원 상당의 현금성 포인트까지 더해진다고 합니다. 복리후생도 확대되고요.

내수 한파가 닥쳤다는 데도 은행들이 이렇게 따뜻한 연말연시를 보내는 이유는 막대하게 벌어 들인 이익 때문입니다. 작년 3분기까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순이익만 11조7000억원에 달합니다. 전년보다 4%쯤 늘었습니다. 계열사까지 합한 5대 금융으로 넓히면 작년 3분기까지 순이익이 16조5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입니다.

은행들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글로벌 시장을 개척해서 이익을 내고, 성과급을 나눈다면 수긍할 소비자가 적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은행들은 내수 시장이라는 안전지대에서 대출과 예금 금리 차이를 갖고 ‘이자 장사’를 한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은행 영업이익의 90% 이상을 이자 이익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작년에는 은행의 이자장사를 제어해야 할 금융 당국마저 은행 이익 증가의 조연으로 나섰습니다. 금융 당국이 대출 급증을 막기 위해 시중금리가 떨어지는데도 은행들이 대출 가산금리를 올리게 했고, 결국 예금 금리는 떨어지고 대출 금리는 올라가 예대금리차가 벌어지는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지난해 11월 은행권의 예대금리차는 1.41%포인트까지 치솟았습니다.

은행원들 사이에서도 “내가 무슨 일을 했다고 이렇게 많은 돈을 받는지 모르겠다”며 자조하는 말이 나옵니다. 의미 있는 성과도, 혁신적 금융 서비스 개발도 찾아보기 힘든 것이 우리 은행의 현실입니다.

은행들은 정부 허가를 받기 때문에 경쟁을 피할 수 있는 ‘바람막이’가 있습니다. 또 그간 과다한 외채 도입 등 허술한 경영으로 위기라도 맞으면 공적자금을 투여해 살려왔습니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도 지금 같은 성과급 잔치가 가능할까요. ‘말이 아닌 행동하는’ 상생 문화를 은행부터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