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달리3

미국 양자컴퓨터 관련 종목의 주가가 연일 곤두박질치면서 투자에 나섰던 서학개미(미국 주식 개인 투자자) 대다수가 손실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추산됐다. 주가 급락 첫날 ‘물타기(평균 매수가 낮추기)에 나섰던 투자자의 평가손실은 더 불어났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양자컴퓨터 대표주(株)인 아이온큐(IONQ) 주식은 밤사이 미국 뉴욕증시에서 27.8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 거래일보다 주가가 13.83%(4.47달러) 하락했다. 아이온큐가 미국 공군 연구소와 양자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을 위한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지만, 주가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

다른 양자컴퓨터 관련 종목은 더 부진했다. 전 거래일 대비 주가 하락률은 ▲실SQ(LAES) -41.54% ▲D-웨이브 퀀텀(QBTS) -33.62% ▲리케티 컴퓨팅(RGTI) -32.25% ▲퀀텀 컴퓨팅(QUBT) -27.39% 등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7일(현지시각) 양자컴퓨팅 상용화까지 20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한 이후 양자컴퓨터 관련 종목의 주가는 반토막 또는 세토막 났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창업자도 지난 11일(현지시각) 팟 캐스트에서 양자컴퓨팅이 여러 영역에 도입되려면 10년은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라고 밝히면서 양자컴퓨터 주가 약세를 부채질했다.

양자컴퓨터주 주가가 급락하면서 평가손실 구간에 들어선 투자자 비중도 커졌다. NH투자증권을 통해 아이온큐 주식을 사들인 투자자 3만2116명 가운데 30% 이상은 지난 10일 기준 평균 매수가가 32.02달러(4만6911원)이다. 이날 종가 27.86달러(4만814원)를 고려할 때 전량 매도했거나, 추가 매수하지 않은 경우 평가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다른 종목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지난 10일 평균 매수와 현재 주가를 고려할 때 실SQ 투자자의 90% 이상이 평가 손실 상태로 추산된다. 같은 기준으로 리케티 컴퓨팅과 퀀텀 컴퓨팅, D-웨이브 퀀텀 투자자도 80%가량이 평가 손실을 보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단기 급락으로 판단해 추가 매수에 나섰던 투자자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황 CEO의 발언 이후 양자컴퓨터 주가가 내리기 시작한 지난 8일(결제일 13일)에도 국내 투자자는 퀀텀 컴퓨팅 주식 2340만달러(약 34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같은 날 아이온큐 995만달러(약 146억원)와 리케티 컴퓨팅 47만달러(약 7억원) 등도 매수 우위 보였다.

양자컴퓨터 기업 CEO들은 양자컴퓨터 산업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 모델에 따라 이미 상용화에 돌입한 사례도 있다고 진화에 나섰다. 다만 투자심리가 훼손된 만큼 단기 반등이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승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양자컴퓨터 관련 기업들은 아직 꾸준한 실적이 나타나지 않고 있어, 실적이 증명되기까지 주가 흐름은 큰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