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정찰(돈) 넣어라. 조만간 로켓(주가 상승) 쏜다.”
지난달 중순 국내의 주식 커뮤니티, 메신저 공유방, 종목 토론방 등에 올라온 미국 배터리 기업 SES AI에 대한 글이다. 2012년 설립된 이 회사의 주가는 지난달 20일 0.41달러(약 600원)에서 지난달 말 2.42달러까지 490% 폭등했다. ‘CES 2025에도 나오는 회사’ 등의 글이 가격 폭등을 부추겼다. 블룸버그는 “이 기간 SES AI 주식의 거래량은 20일 평균의 약 130배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지난 3일부터 갑자기 폭락한 주가는 현재 0.94달러까지 내려왔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주가가 폭등한 사이 SES AI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5만3000달러(미리 계획된 Rule 10b5-1 거래 계획의 일환), 주요 주주였던 SK는 29만2054달러어치 주식을 매도했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SES AI의 경우 AI와 배터리라는 테마에 1달러 이하라는 낮은 주가, 많은 거래량 등 주가 조작 세력들이 장난치기 좋은 조건을 갖췄다”며 “과거 한국 동전주로 장난치던 세력들이 미 증시 투자 열풍을 타고 미국의 페니스톡으로 갈아탄 듯하다”고 말했다. 동전주는 국내에서 주가가 1000원 미만 주식, 페니스톡은 주가가 1달러가 안 되는 미국 주식을 가리킨다.
지난해 미 증시가 활황세를 보이면서 포모(FOMO·나만 소외된다는 두려움)를 느끼는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미국 작전주 경보음이 울리고 있다. 이들을 겨냥하는 마법의 문구는 ‘넥스트 엔비디아’다. 엔비디아로 돈을 번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차세대 종목을 찾는 움직임을 파고 든 것이다. 특히 “2020년에 한 프로게이머가 엔비디아를 추천했었다”는 말이 돌면서 “작은 말도 크게 듣자”의 움직임이다.
최근에는 여기에 ‘양자’까지 마법의 단어로 붙었다. 지난달 비슷한 시기 국내 주식 커뮤니티에는 “포모 온 사람들, 기회 준다. 실스크 사라”는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 기업은 ‘양자 저항’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칩을 개발하는 회사다. 하지만 미 나스닥에서는 장기간 주가가 1달러 이하여서 상장 폐지 경고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0.4달러 선을 오가던 주가는 지난해 말 구글이 양자컴퓨터칩 ‘윌로’를 공개한 후 양자 테마를 타고 한 달 사이 2000% 넘게 폭등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8일부터 지난달 27일까지 실스크는 서학개미들이 많이 사들인 종목 14위(약 8279만달러)에 올랐다. 그러나 현재는 실스크도 SES AI와 같이 올 초부터 61% 하락해 3.3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투자자들이 페니스톡에 흔들리는 세 가지 단계로 ①가격이 싸니 정찰대(적은 돈)를 보낸다 ②가격이 폭등하면 큰돈을 넣는다 ③불안감을 관련 뉴스를 찾으며 달랜다 등이라고 한다. 이코노믹타임즈는 “페니스톡은 정보 공개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대량의 주식을 매수해 가격을 조작하기 쉽다”며 “가격 하락뿐만 아니라 상장 폐지의 위험도 있는 만큼 투자할 때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