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1월 14일 18시 00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기업회생 절차를 진행 중인 매물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외면을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기존 채무의 일정 부분을 탕감하는 등 부채 조정 과정을 거쳐도 매력을 느낄 만한 매물이 없다는 점을 이유로 꼽는다. 국내 기업의 회생·파산 신청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구조조정 펀드를 운용하는 사모펀드(PEF) 운용사마저 눈길을 돌리는 모습이다.

14일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기업회생 절차를 진행 중인 동양시스템즈, 메디파마플랜, 제스코파워, 코스닥 상장사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 등의 경영권 매각 입찰이 무산됐다. 이 회사들의 공통점은 인수전에 참여한 원매자가 단 한곳도 없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동양시스템즈의 2대 주주이자 재무적 투자자(FI)인 PEF 운용사도 투자금을 포기하고 입찰에 불참했다.

지난 2023년 10월부터 1년 넘게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위니아와 위니아에이드, 위니아전자 등 위니아그룹도 아직까지 새 주인 찾기를 진행 중이다. 위니아와 위니아에이드는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받은 작년 2월 공개경쟁 입찰이 불발된 이후 현재까지 잠재적 투자자에게 제안서를 건네는 수의계약 형태로 인수자를 찾고 있다.

신세계건설의 에덴밸리 리조트 매각도 두 차례나 불발됐다. 당초 회원제로 운영 중인 골프장을 대중제로 전환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원매자들의 관심을 받았지만, 매각 금액에 대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첫 입찰에서 신세계개발은 1500억원 안팎에서 우선매수권자를 찾다가 실패하고 공개매각으로 선회했다. 그러나 최저 입찰가를 1300억원 수준으로 낮추고도 인수자를 선정하지 못했다.

그나마 최근 경영권 매각에 성공한 엔케이맥스는 관계사인 엔케이젠바이오텍이 인수한 사례다. 다수는 기업회생 절차가 폐지되고 파산 절차를 밟으며 청산을 기다리고 있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전국 법원에서 법인 파산 절차를 진행 중인 기업은 1745개사에 달했다. 지난 2023년 같은 기간(1509개사)보다 15% 늘었다.

금융업 최초로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한 코스닥 상장사 CNH·CNH캐피탈, 정보기술(IT) 서비스 업체 조인트리 등 현재 경영권 매각을 진행 중인 매물도 증가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회생·파산 업체가 급증하고 경영권 매각을 통해 재기를 노리는 기업이 늘고 있지만, 구조조정 M&A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인 PEF 운용사들마저 외면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빚을 덜어내도 매력적인 기업이 없다는 입장이다. PEF 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이미 회생 절차에 돌입한 기업에 투자하는 사후적 구조조정보다 회생 절차가 개시되기 전인 사전적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것을 선호한다”며 “회생 절차 중인 기업은 그만큼 매력이 없어 법정 관리를 받게 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회생 절차를 통해 M&A 시장에 나오는 매물이 과거와는 달리 경영 정상화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걸림돌로 꼽힌다. 과거에는 대기업이 문어발식 확장에 나서며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거나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 의해 일시적으로 현금흐름이 막힌 매물이 시장에 풀렸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유암코가 인수한 STX조선해양과 하림그룹의 팬오션 등이다.

회생기업 매각 자문을 담당하는 회계법인의 한 관계자는 “불과 몇년 전 스킨푸드만 해도 다수의 재무적 투자자와 전략적 투자자들이 입찰에 참여하며 인수전이 흥행했다”며 “최근에는 쓸만한 자산이 없고, 해당 회사 산업군에서의 영향력도 없는, 이른바 좀비 기업들이 회생 매물로 풀리며 시장의 외면을 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자자(LP)들의 보수적 출자 기조가 강화하면서 기업회생 절차 매물에 대한 투자 난이도가 오른 점도 한몫하고 있다. 구조조정 펀드를 운용하는 하우스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국내 유일의 구조조정 펀드 앵커 LP인 캠코는 펀드 결성 이후 민간자금의 최소 매칭 요건을 달성하는 방식의 사후적 매칭을 허용하는데, 위험 자산으로 분류되는 회생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꺼려 매칭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