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작년 대선 때부터 비트코인 등 가상 자산에 친화적인 공약들을 발표했고, 대통령 취임 후에는 친(親) 가상 자산 인사들을 백악관 등 핵심 보직에 정책 담당자로 지명했다. 그리고 지난 6일(현지 시각) 비트코인을 미국의 전략 자산으로 지정했다. 미국 재무부는 그간 민·형사상 몰수로 획득한 모든 비트코인을 전략 자산 준비금으로 관리키로 했다. 중요 에너지원인 석유를 비축해두는 것처럼 가상 자산도 유사시에 대비해 일정 수준을 보유하겠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부터 가상 자산에 우호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1기 행정부 시절엔 “가상 화폐는 달러와 경쟁하는 또 다른 통화이기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부정적이었다. 그런데 왜 입장이 180도 바뀐 것일까. 최근 조선일보 경제 유튜브 채널 ‘조선일보 머니’에 공개된 ‘재테크 명강-가상화폐 투자’ 편이 그 궁금증을 다뤘다. 이효석 HS아카데미 대표가 출연했다.

구독자 36만명을 보유한 경제 유튜버인 이 대표는 광주과학고와 포항공대를 졸업한 주식 전문가다. 이공계 출신이라 AI(인공지능) 기술과 관련 기업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을 자랑한다. 기업은행과 교보악사자산운용, SK증권 등에서 주식 운용과 헤지펀드 매니저, 이코노미스트, 애널리스트로 일하다 2021년 말 유튜브를 시작했다. 2020년에 발표한 52쪽 분량의 투자 리포트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투자하는 법’이 여의도 증권가에서 큰 화제를 모으며 인사이트를 인정받았다.
◇“가상 화폐 세상이 커지는 것 이젠 미국 국익에 도움”
이효석 대표는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 자산의 부상이 달러 패권에 위협이 된다는 말은 과거엔 맞았지만 지금은 틀렸다”고 말했다. 2018년만 해도 전 세계 비트코인 채굴량의 85%가 중국에서 진행됐지만 중국이 비트코인 채굴을 금지한 이후 그 비율이 급감했다. 이 대표는 “중국의 비트코인 상당량이 외부로 빠져나왔고, 현재는 50% 이상의 비율이 미국에서 채굴되고 있다”며 “따라서 가상 화폐 세상이 커지는 게 과거엔 중국에 유리했지만 지금은 미국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흐름 추적 플랫폼 ‘비트코인트레져리’에 따르면 전 세계 비트코인 보유량(BTC) 1위는 미국으로 총 20만7189개에 달한다. 지난 2월 26일 기준으로 약 25조4500억원 상당의 가치다.

◇스테이블코인 효과
여기에 달러와 코인의 가치를 일대일로 고정하는 스테이블코인이 등장한 것도 가상 화폐와 달러가 ‘윈-윈’ 할 수 있게 만들었다. 달러에 기반한 스테이블코인은 준비금으로 달러 현금과 미국 국채 등을 보유한다. 이 대표는 “재정 적자가 심한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미국 국채를 사주니(돈을 빌려주니) 환영일 수밖에 없다”며 “가상 화폐 세상이 커지는 게 미국에 유리하도록 구조가 짜여 있기 때문에 앞으로 계속 커질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미국의 가상 자산 규제 정책에는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상 자산 규제 기관인 증권거래위원회(SEC) 의장에 친 가상 자산적 인물인 폴 앳킨스 전 SEC 위원을 지명했다. 아울러 AI 및 가상 자산 전담 자문 기구를 신설해 연방정부 차원의 적극적 지원을 예고했다.
◇어떻게 투자해야 하나
하지만 가상 화폐는 밸류에이션(가치 평가)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투자하지 않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가상 화폐의 밸류에이션은 불가능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가치는 유지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중에서도 가상 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을 유망 투자처로 꼽았다.
가상 화폐 투자를 오래 해왔다는 이 대표는 두 가지 철학을 공유했다. 첫째 절대 비트코인 가격을 예측하지 말고, 둘째로는 비트코인 예측에 기반한 행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는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는 것은 누가 샀기 때문이고 가격이 빠지는 이유는 누가 팔았기 때문”이라며 “가격이 가치보다 싸기 때문에 사는 자산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부담되지 않는 금액으로 장기 투자하는 방법을 추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