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전셋집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서울의 전세난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매물로 나온 전셋집을 보기 위해 아파트 복도에 10여명이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1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날 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한 아파트에 10여명이 찾아왔다. 9개 팀인 이들은 순서대로 집 내부를 둘러보고 부동산 중개업소로 돌아가 제비뽑기를 했다. 제비뽑기에서 계약자로 당첨된 한 팀이 즉시 계약했다. 이 사실은 한 네티즌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족이 이 곳에 전셋집을 보러 갔다가 탈락했다”며 당시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글을 올린 네티즌은 “요즘 전세 씨가 말랐다 해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이사 준비하시는 분들 정말 힘들겠다”고 적었다.

해당 전셋집 인근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금 살고 있는 세입자가 그 시간에만 집을 보여줄 수 있다고 했고, 시간을 맞출 수 있는 사람만 오라고 했는데 10여명이 몰려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전세 물건이 원체 부족한 곳인 데다 16~18평 소형 평형 중심인 단지에서 드물게 등장한 22평짜리 매물이어서 더 사람이 몰린 것 같다”고 했다. 이 전셋집은 기존 세입자가 이사 나가는 날짜에 새로 들어올 세입자가 무조건 맞춰줘야 한다는 ‘조건’도 있었다. 그럼에도 전세 수요자들이 만사 제치고 몰려들 만큼 서울에서 전세 매물을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상황이다.

이 단지는 1993년 입주한 1000가구 규모 아파트로, 전용면적 34~50㎡의 소형 평형으로 구성돼 있다. 지하철 9호선과 가깝고 전셋값이 비교적 저렴해 신혼부부 등이 많이 찾는 단지다. 올해 1월에는 전용 50㎡가 2억9000만원에 전세 계약됐지만, 이달 초에는 3억3500만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7월 말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등 임대차법이 개정된 이후 서울 전세 시장 불안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매주 조사하는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 0.08% 올라, 67주 연속 상승했다. 1년 3개월이 넘는 기간 줄곧 오르기만 한 것이다.

전세 공급난도 가중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지난주 192를 기록, ‘전세대란’이 불거진 2013년 9월 역대 최고치(196.9)에 근접했다. 이 지수는 0~200 범위로 100을 초과할수록 공급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서울 대단지 아파트에도 전세 물량이 아예 없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가을 이사철 이후에도 전셋값 상승세가 장기간 계속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새 임대차법 시행으로 재계약에 나서는 세입자가 늘면서 전세 품귀 현상이 심화하고 3기 신도시 등 청약을 기다리는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전세난이 더 심해지고 있다”고 했다.

전셋값 상승이 계속되자 정부는 추가 대책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섰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주 국정감사에서 “(대책 이후) 2개월 정도면 임대차법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했는데 (전세 시장이) 안정화되지 못해 안타깝다”며 “계속해 추가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