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철원

한 시민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으로 결혼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는 제목의 청원글을 올려 이목을 끌고 있다.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을 낼 때마다 부동산 값이 크게 오르면서 주택난을 겪다 못해 예정된 결혼도 포기하게 됐다는 사연이다. 이 청원에 동의한 사람은 사흘 만에 1400여명을 넘어섰다.

이 청원은 지난 26일 올라왔다. 청원인은 결혼을 앞둔 30대 직장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청원한다”며 “대통령과 민주당이 만들어놓은 이 지옥같은 대한민국에서 오늘도 밤잠을 설치며 눈물 흘리는 청년들이 있다는 것을 제발 알아달라”고 썼다.

청원인은 “저는 내년 초 결혼을 앞둔 30대 직장인이다. 지금까지 삶을 살아오며 엉뚱한 곳에 한눈 판 적 없이 그저 성실하게 살아왔다”며 “운 좋게 훌륭한 부모님 밑에서 자라며 부족함 없이 이 사회 중산층으로 좋은 교육을 받고, 사회에서 인정받는 대학에 들어가 취업까지 성공했다. 저처럼 중산층으로 성실하게 직장 생활을 하는 배필을 만나 올 초부터 결혼을 계획하고 있었다”고 적었다.

이어 “그런데 이 나라에서는 세금 착실히 내고, 매일을 노력하며 살아온 사람이 서울에 전세집 하나 구하기 힘든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저는 주택난으로 결혼을 거의 포기하기까지 이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집값이 안정됐다고 주변 참모들이 얘기하던가요? 서울 가장 외곽에 위치한 아파트들 시세를 한번이라도 본 적이 있나요? 성북구, 노원구, 구로구에 위치한 변두리 아파트 시세를 한번이라도 확인해보라”고 적었다.

청원인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번번이 실패하는 것을 수년간 바라만 보며 그래도 적게나마 월급을 모아 어떻게든 집을 사보려 노력했다. 그런데 그마저도 올해 중순 저희가 그나마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음)을 해서라도 살 수 있던 서울 제일 끝자락 아파트들마저 폭등하며 아예 포기 상태에 이르렀다”고 했다.

그는 “로또와도 같은 ‘생애최초 특별공급’ 대책을 당근이랍시고 내놓으며 잠시나마 수요를 이연시켜 놓으셨지요? 수백대일에 이르는 경쟁률 속에서 당첨되는 자들만이 행운을 거머쥐고 나머지는 또 다른 특별공급 분양이 나올 때마다 99%는 떨어지는 로또용지를 지갑에 안고 헛된 희망을 품으며 사는 신세가 됐을 뿐”이라며 “결국 여기에 당첨되지 못한 이 사회 청년들은 집 없이 전전하는 신세를 면치 못할 거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

청원인은 “임대차 3법을 통과시킨 뒤 지금 전셋값이 어떻게 됐는지 알고나 계신가? 일부 지역에서만 나타나는 문제라고? 지난 1~2월에 매매하려 했던 가격이 지금 전세값으로 뒤바뀌었다”며 “그마저도 나오는 전세집이 거의 없어 부르는 게 값이 돼버렸다”고 했다.

이어 “이 나라 장관, 관료, 이념에만 사로 잡힌 정치인들이 탁상 행정으로 헛발질 하는 동안 그 피해는 오롯이 저같은 돈 없는 서민들에게 다가오고 있다. 저희에게는 그야말로 지옥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라며 “지금 이 사태에 대해 도대체 대통령으로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인가? 김현미 장관이 본인은 마치 아무 잘못이 없는 듯 언론, 야당과 싸움질이나 하는 동안 서민들은 집 없는 상태로 쫓겨나고 있다. 서울 아파트는 11%가 아니라 두배가 뛴 곳도 수두룩하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의식주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주거가 불안해지며 청년들은 결혼을 포기하고 있다. 저 역시 이제 결혼을 포기할 수밖에 없을 지경에 이르고 있다. 저출산 대책이랍시고 펑펑 쓰는 그 수백, 수천억의 돈들은 도대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겁니까”라고 지적했다.

그는 “청년들이 결혼을 안하는 이유가 부동산에 있다는걸 정녕 모르시는 것인가? 몰랐다면 무지한 것이고, 알면서도 해결하지 않는다면 악한 것”이라며 “대통령과 민주당이 만들어놓은 이 지옥같은 대한민국에서 오늘도 밤잠을 설치며 눈물 흘리는 청년들이 있다는 것을 제발 알아달라. 그리고 이 목소리가 청와대에 닿는다면 제발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지 제대로 답해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