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모습. /고운호 기자

서울 아파트 월세 시장이 고가와 중·저가 시장으로 빠르게 양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7월 말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학군 수요가 많은 강남권 아파트 월세가 크게 오르면서 월세 상위 10%와 하위 90%(상위 10%를 제외한 나머지)의 가격 차이가 더 벌어지고 있다.

16일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이 서울 아파트 월세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위 10% 월세 평균 가격은 임대차법 시행 이전(1~7월) 215만3000원에서 시행 이후(8~11월) 240만3000원으로 25만원 올랐다. 반면 하위 90%는 시행 이전 62만2000원에서 이후 58만3000원으로 4만원가량 떨어졌다. 직방은 “고가와 중·저가 월세가격이 상반된 움직임을 보이면서 둘 사이의 격차가 3.46배에서 4.12배로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 조사는 이달 12일을 기준으로 확정일자 신고가 된 거래를 분석한 것이다. 계약갱신을 한 경우에도 확정일자를 다시 받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신규 계약건과 갱신계약건이 섞여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 아파트 월세 평균가격 추이. /직방 제공

서울 월세 시장 격차는 해마다 커지고 있다. 서울 상위 10% 월세 거래 평균가격은 2018년 232만2000원에서 2019년 230만6000원, 올해에는 238만1000원으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하위 90%는 2018년 65만원, 2019년 65만2000원이었다가 올해에는 61만2000원으로 낮아졌다.

월세 가격 상위 10% 아파트가 많은 지역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였다. 올해 기준 고가 월세 아파트의 63.2%가 강남3구에 몰려 있었다. 비싼 월세를 주고서라도 자녀 교육 등을 위해 강남권에 살겠다는 수요가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일반적으로 월세가 높아지면 보증금은 낮아진다. 그러나 상위 10%는 월세와 보증금이 모두 높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월세 상위 10%의 보증금은 올해 2억6127만원으로 작년 2억2453만원보다 높아졌다. 반면 하위 90%는 월세가 오르면 보증금은 낮아지는 반비례 관계를 유지했다.

직방 관계자는 “월세시장의 양극화와 지역적 편중 현상은 더 강화될 수 있다”며 “고가 월세를 낼 수 있는 수요가 한정된 만큼 일반적 임대차 시장과 분리되어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