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7%이상 집값이 급등한 영국은 새해 1월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올해 영국은 집값이 5%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에도 저금리, 유동성을 타고 급등했던 집값이 이제 고개를 숙이는 것일까.

‘팬데믹 특수’로 치솟던 영국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코로나 직격탄으로 하락세를 보이던 영국 집값은 작년 7월부터 급반등해 연간 7.3% 올랐다. 6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비록 월간 변동률이지만, 주요 국가 중에 첫 월간 집값 하락이 ‘팬데믹 자산 미니 버블’의 마감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2일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영국주택가격지수(Nationwide House Price Index)가 1월 전달에 비해 0.3% 하락했다. 코로나 침체로 작년 5~6월 하락세를 보이다 ‘V’자 반등에 성공한 후 6개월 만에 첫 하락세이다.

20여 차례 대책에도 연초부터 집값이 강한 상승세를 보이자 정부가 다시 ‘특단의 대책’을 내놓겠다고 선언한 한국과 영국은 너무나 대조적이다.

◇취득세 면제 조치에 교외 주택 수요 폭발로 집값 급등

영국 정부는 코로나 경기악화를 막기 위해 작년 7월 한시적으로 50만 파운드(약 7억 6329만 원) 이하 주택에 대해 취득세를 면제하는 조치를 취했다. 영국 집값은 이를 계기로 강한 오름세로 돌아섰다. 실업률 증가 등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집값이 급등한 것은 취득세 감면, 재택근무로 더 넓고 쾌적한 환경의 주택을 찾는 수요가 급증하고 금리 인하로 저리의 대출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특히 집에서 일하는 시간이 늘면서 정원을 가꿀 수 있는 교외 단독주택 수요가 급증했다. 이 때문에 단독주택이 아파트 가격 상승률의 2배를 기록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코로나 시대를 맞아 밀집 거주하는 아파트 인기가 시들해진 것이다. 보통 아파트를 구입하는 생애 첫 주택 구입보다는 집을 넓히는 주택 구입수요가 급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런던의 평균적 주택가격은 전년보다 9.7% 오른 51만4000파운드(7억 8400만원)를 돌파했다.

코로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중상층의 이사수요가 많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해 주택 거래는 좀더 넓고 쾌적한 환경을 찾아 교외로 이전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45만 파운드(6억8000만원)~ 80만 파운드(12억2000만원) 가격대 수요가 많았다”고 전했다. 취득세 면제가 3월말까지 이지만 연초부터 집값 변동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자 ‘단기 호황의 마무리’를 전망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5% 하락 전망도, 저금리만으로 집값 상승 한계 드러나

영국 현지 언론은 대체로 “단기적으로 집값이 급락하기보다는 연간 2~3% 정도 하락하는 냉각기를 거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택담보대출 은행인 영국 핼리팩스는 “3월 말 최대 50만 파운드까지의 주택에 대한 정부의 취득세 면제 조치가 끝나는데다 여전히 경기가 좋지 않은 만큼, 연간 5%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영국 신문 가디언은 “주택 시장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영국 정부가 취득세 감면 조치를 3월 말 이후에도 유지해야 한다는 요구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취득세 면제가 주택시장의 과열을 가져왔지만, 코로나로 인한 경기 악화를 막는데 효과적이었기 때문에 연장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브렉시트로 영국의 실질 GDP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영국 의 집값을 끌어내릴 요인될 수 있다.

이번 영국의 집값 하락은 저금리와 과잉유동성, 정부의 부양책만으로 집값 상승세가 지속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국은 기준금리가 2018년 0.75%에서 현재 0.1%까지 내린 상태이다.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평균 이자율은 1.83% 전후로 역사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영국 경제 전망이 마냥 긍정적이지는 않다. 브렉시트 후폭풍으로 인한 다국적 기업들의 이전, 실업률 상승 등의 악재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후 최대 130만 명이 영국을 떠났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영국은 인구의 14%, 950만명이 외국 출생자이다. 코로나로 유럽에서 확진자 발생 1위를 기록하면서 호텔 등 접객 서비스업에 종사하다 실업자가 된 이민자, 외국인 근로자들이 귀국한 것이다.

실업률, 소득 등 경제 펀드멘털이 악화하는 가운데 저금리와 유동성 만으로 집값 상승세가 지속될 수는 없다. 작년 연말 실업률이 5년만에 최고치인 5%로 치솟았는데, 내년 중반기에는 7.7%로 더 악화될 것으로 영란은행은 전망하고 있다.

◇영국 정부 대대적인 주택확충 추진, 효과 있을까

영국 정부는 집값을 천정 부지로 치솟게 만든 원인이 공급부족에 있다고 보고 공급량을 본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영국은 1인 가구 증가와 이민 등 사람 수 증가를 고려하면 연간 34만 가구 정도가 필요하지만, 상당기간 15만 가구 수준에서 공급됐다. 1970년대 연간 35만 가구가 공급됐지만, 1980년대 이후 15만~ 20만 가구 수준에 그쳤다. 2013년에 13만5000가구까지 줄었다. 한국(5180만명)의 인허가 물량이 연간 50만 가구 수준인데 반해 영국(6800만명)은 인구에 비해 공급량이 절대 부족하다.

집값 급등이 쟁점이 되면서 영국 보수당 정부는 2015년에 2020년까지 100만 가구 건설을 공약했고 2017년에는 2022년까지 추가로 50만 가구 공급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에는 미치지 않지만 2017~2019년에는 20만 가구 안팎의 공급이 이뤄졌다. 작년에는 24만 가구까지 늘어났다. 영국의 주택공급 부족은 인허가 과정의 복잡성, 환경규제, 자치 단체들의 소극적 태도 등 복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