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리버뷰’ 오피스텔 전용면적 20㎡가 지난 6월 1억5500만원에 전세로 거래됐다. 그런데 지난달 초 같은 층에 같은 면적의 오피스텔이 1억3800만원에 팔렸다. 전세가격이 매매가보다 2000만원 가까이 비싼 가격 역전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소형 오피스텔에 대한 매매 수요는 크게 늘지 않은 반면, 지난해 임대차법 개정 이후 오피스텔 전세 수요는 급증하면서 벌어진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오피스텔이 몰려 있는 서울 마포구 공덕동 일대의 모습./연합뉴스

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6월 전국 오피스텔의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전세가율)이 84.63%를 기록했다. 이는 2018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전세 보증금과 대출금이 집값을 넘어서는 ‘깡통 전세’를 주의해야 할 시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렇게 높은 전세가율은 작년 7월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 상한제 등을 담은 주택임대차법이 시행된 후 단기간에 전세 매물이 급감하고 전셋값이 급등하며 벌어진 것이다. 방이 2개 이상 있는 중대형 오피스텔은 아파트 대체재로 각광받으며 전세와 매매가격이 같이 오르고 있지만, 원룸형 오피스텔은 상대적으로 매매 수요가 적은 탓에 매매가는 그대로인데 전셋값만 급등하는 것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전세가율이 80%를 넘는 것은 이례적인 상황”이라며 “집값 하락기가 왔을 때 깡통 전세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매매나 전세 계약을 할 때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피스텔 임차 수요가 많은 지역에선 이미 전세가격이 매매가격과 같거나 오히려 역전된 사례를 흔하게 찾을 수 있다. 동대문구 장안동 ‘장안푸르미에’ 전용 12㎡는 6월 매매가격(1억1500만원)이 한달 전 전세가격(1억2000만원)보다 낮았다. 구로구 구로동 ‘비즈트위트 레드’ 전용 27㎡도 최근 전세와 매매 실거래가가 1억8000만원으로 같다.

전세와 매매가격의 격차(갭)가 줄어들자 20~30대 젊은 층은 이를 갭 투자의 기회로 활용하기도 한다. 이달 서울의 한 오피스텔을 2억원에 매입한 임모(31)씨의 투자 금액은 취득세(4.6%)와 중개 수수료를 합쳐 2000만원이 채 들지 않았다. 임씨는 “월급으로는 1000만원 저축도 쉽지 않은데, 소액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말에 갭 투자를 했다”고 말했다. 강서구에서 영업 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현금 여력이 없는 20~30대 중심으로 최근 오피스텔 투자 문의가 늘고 있다”며 “수억원이 필요한 아파트는 엄두도 못 내는 상황에서 오피스텔에 투자해 소액이라도 벌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식의 갭 투자는 투자자나 세입자 모두에게 위험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오피스텔은 아파트에 비해 수요가 적기 때문에 집값 하락기가 오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자칫 매매가격이 전세금 아래로 떨어지면 세입자는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워진다.

실제 HUG(주택도시보증공사)에 신고된 전세 보증금 미반환 건수는 2017년 33건(74억6000만원)에서 지난해 2408건으로 늘었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1290건이 신고됐다. HUG는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를 위해 반환보증보험 상품을 내놨지만 전세금이 매매가격을 넘는 경우는 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는 점이 한계로 지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