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폭증” 조세저항 움직임 -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입구에서 종부세 위헌청구 시민연대 회원이 소송 참여를 독려하는 안내문을 게시판에 붙이고 있다. 올해 종합부동산세 납부 대상자와 세액이 작년보다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납세자들의 ‘조세 저항’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장련성 기자

올해 종부세 납부 대상과 세액이 급증하면서 1주택 중산층까지 ‘패닉’에 빠졌다. 이번 정부 들어 집값과 공시가격이 급등하면서 자신과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부자 세금’을 물어야 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정부와 여당은 “1주택자는 종부세 부담이 크지 않다”고 강조하지만, 서울의 경우 재산세를 포함한 보유세 납부액이 최근 4년 사이 2~3배 급증한 1주택자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 강남의 고가 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는 수년 사이 억대의 보유세를 물어야 할 판이고, 서울 집 외에 부모의 고향집을 상속받아 불가피하게 다주택자가 된 납세자들은 “투기를 한 것도 아닌데 재산세와 종부세로 1년 치 연봉에 달하는 세금을 내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文 정부 4년 만에 보유세 3배로

“2017년에 낸 세금의 3배네요. 집 한 채 있는 게 무슨 죄라고.”

서울 송파구 방이동 전용 83㎡ 아파트에서 9년째 사는 김모(44)씨는 22일 오전 국세청 홈페이지에 접속해 올해 종합부동산세를 확인하고는 한숨을 쉬었다. 남편과 공동 명의로 아파트를 보유 중인 김씨는 올해 처음으로 종부세 55만원을 내게 됐다. 앞서 7월과 9월에 재산세로 358만원을 낸 김씨 부부의 올해 주택 보유세는 총 413만원. 작년(287만원)보다 44%가 늘었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보유세(137만원)의 3배가 됐다.

부동산 스타트업 아티웰스가 개발한 셀리몬 보유세 계산기로 모의 계산한 결과,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114㎡의 보유세는 올해 3635만원에서 3년 뒤인 2024년엔 6006만원까지 늘어난다. 작년부터 2024년까지 5년 치 보유세를 더하면 2억2000만원에 달한다.

/자료=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 국토교통부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이날 “1주택자 종부세 대상자 대다수의 세액은 50만원 정도” “2000㏄ 중형차 한 대의 자동차세 수준”이라며 1주택자의 세금 부담이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이 알려지자 포털 사이트와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 등에는 “종부세 전에 재산세 수백만 원 낸 건 생각 안 하느냐” “세금 고지서 보니까 칼만 안 들었지 강도나 마찬가지” 같은 반응이 줄을 이었다.

정부 설명대로 상당수 1주택자의 종부세액은 수십만 원 수준이지만, 재산세를 더한 보유세는 연간 수백만 원으로 결코 ‘만만한’ 금액이 아니다. 성동구 하왕십리동 ‘텐즈힐’ 전용 84㎡를 가진 1주택자는 2017년 재산세만 139만원을 냈지만, 올해는 종부세 23만원을 포함해 보유세로 348만원을 내야 한다. 용산구 이촌동 ‘한가람’(전용 84㎡) 1주택자의 보유세는 2017년 177만원에서 올해 543만원으로 4년 만에 207% 뛰었다.

다주택자는 그야말로 ‘세금 폭탄’을 맞는다.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84㎡)와 대구 수성구 ‘수성 코오롱 하늘채’ 126㎡를 가진 2주택자는 지난해 2992만원이던 보유세가 올해는 8542만원으로 늘어난다.

◇내년엔 세금 더 늘어나는 구조

문제는 1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이 내년 이후에도 가파르게 늘어난다는 것이다. 올해 아파트값이 작년보다 훨씬 큰 폭으로 올랐고,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 때문에 세제를 건드리지 않더라도 과세 기준인 공시가격이 계속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 집계로 올 들어 10월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7.12% 올랐다. 작년 같은 기간 상승률(2.6%)의 3배에 육박한다. 정부가 시세 변동을 충실히 반영해 공시가격을 매긴다면, 내년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올해(20%)보다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또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에 따라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을 2025년까지 매년 2~3%포인트씩 올린다고 밝혔고, 종부세 과세표준을 정할 때 공시가격에 곱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도 올해 95%에서 내년엔 100%로 오른다. 집값이 하나도 안 올라도 세금은 더 늘어나는 구조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보유세는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인 데다가 집값이 내린다고 돌려받을 수 있는 돈도 아니다”라면서 “1주택자에게도 과도한 보유세 부담을 지우는 것은 징세권 남용이고, 위헌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