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말 촬영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모습. 공사비 증액 문제를 놓고 조합과 현대건설 등 시공사업단 간 갈등이 심해지면서, 내년 초로 연기된 일반분양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뉴시스

단일 아파트 단지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둔촌올림픽파크에비뉴포레)’ 재건축 사업이 또다시 ‘암초’에 부딪혔다. 공사비 증액 문제를 놓고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내년 상반기로 연기된 일반분양 일정이 또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 1만2032가구로 재건축하는 둔촌주공은 일반분양 물량만 5000가구에 육박해 서울 아파트 공급 가뭄의 ‘숨통’을 틔워줄 것이란 기대가 높다. 그러나 2017년 하반기 이주를 시작해 4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일반분양 일정조차 잡지 못한 상태다.

8일 주택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둔촌주공재건축조합과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은 5200억원 규모의 공사비 증액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시공사 측은 이날 ‘둔촌주공 사업의 정상화를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계약 및 관련법에 근거해 철거부터 착공 이래 지급받은 공사비 없이 공사를 수행 중이지만, 되돌아오는 것은 천문학적인 선투입 공사비 금융비용 등 손해밖에 없었다”며 “공사 변경 계약에 따라 사업제경비 대여를 불가피하게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시공사 측은 또 공사내역서 및 공정표를 제출하지 않는 등 ‘깜깜이 공사’를 하고 있다는 조합 측 주장을 반박하면서 “조합의 추가적인 마감자재 변경과 자료 미제공으로 인해 정상적인 공사가 어려운 점에 대해 수차례 조합에 공문으로 관련 내용을 전달했다”며 “공사 변경 계약과 관계 법령에 따라 업무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반면에 둔촌주공재건축조합 측은 “현대건설 등 시공단이 조합 총회를 거치지 않은 적법하지 않은 계약서를 강요하고 있다”며 “5200억원 증액된 공사비를 다시 책정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조합은 애초 2016년 총회 때 재건축 공사비로 2조6000억원으로 의결했는데, 전임 조합장이 작년 6월 공사비를 약 5200억원 증액한 3조2000억원대로 사업단과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조합장은 계약서를 작성한 날 조합원에 의해 해임됐고, 지금은 새로운 집행부가 꾸려져 사업을 이끌고 있다. 둔촌주공 일부 조합원들은 “사업비·이주비 대여 중단 통보는 시공사의 갑질”이라며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건설 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둔촌주공 일반분양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사비가 확정되지 않으면 분양을 진행할 수 없고, 향후 공사 중단이나 법적 분쟁으로 이어져 사업이 더욱 지체될 가능성도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갈등이 조기에 봉합되지 않으면 사업비만 계속 늘어나고, 분양·입주를 기다리는 청약 대기자와 조합원들의 불편만 가중될 뿐”이라며 “1만2000가구가 넘는 상징성 있는 단지인 만큼 조속한 합의로 사업을 정상화하는 것이 주택시장 안정에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